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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 3 ▣ 장광규 님께 드리는 몇 마디 쓴소리 - 안도현 장광규 님, 을 통해 저한테 전해져 온 [체감온도] 외 4편의 시를 잘 읽었습니다. 지금 저희 집 창밖에는 올해의 첫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무어 그리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마음 한쪽에 쓸쓸한 설렘 같은 게 자꾸 쌓입니다. 그것은 마흔을 넘기고도 아직 저라는 인간이 철이 덜 들었다는 뜻이겠지요. 시를 읽어보니, 장광규 님은 쏟아지는 눈을 보고 "쌀이라면 좋겠다" 하면서 보릿고개를 넘어오신 분이군요. 5.16이 일어난 해에 이 세상에 태어난 저는 사실 보릿고개를 말로만 들었을 뿐입니다. 운 좋게 절대적 궁핍을 겪지는 않았지요. 그렇다면 장광규 님은 저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오신 분이 분명합니다. 감히 짐작컨대 아마 4~50 대 부근을 통과.. 2005. 2. 19.
촌평 2 ▣ 버려야 얻을 수 있다 - 안도현 크고 작은 돌멩이 세모난 것 네모진 것 둥글둥글한 것들이 서로 껴안고 보듬으며 침묵으로 공존하고 있다 붙임성 없고 우악스러워 와르르 저절로 허물어질 것 같지만 보기와는 달리 야무진 걸작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로 풍경사진의 배경으로 비바람 견뎌온 이끼 낀 보물이다 돌 틈 사이에 막대기 꽂아 호박넝쿨 뻗어나게 해주면 열매 주렁주렁 매달리는 평화로운 자연의 조화다 장광규 씨의 「돌담 앞에서」는 언뜻 보아 정겨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요란한 수사가 시적 진정성에 손상을 입히고 있는 경우라 하겠다. ‘돌담’ 앞에다 붙인 ‘침묵’, ‘걸작’, ‘보물’, ‘평화’, ‘자연의 조화’와 같은 ‘붙임성 없고 우악스러운' 말 때문에 얼마나 시를‘.. 2005. 2. 18.
촌평 1 ▣ 장광규 씨의 글을 읽고 - 안도현 고향 두고 떠나 온 나그네 근로자란 이름으로 탄 전철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지친 몸을 가끔 종점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자주 이용한 경인전철은 내 기쁨 내 슬픔 다 안다 세월은 자꾸 흘러가고 전철 속의 풍속도도 변해가고 나의 겉모습 속마음도 자꾸 빛바래간다 아쉬운 사연 간직하고 오래 다닌 일터 그만두니 지금은 실업자가 되어 전철에 오른다 전철을 타면 사람들 틈에 끼어 자는 듯 눈감고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좋다 장광규 씨의 ,『전철을 타며』를 읽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경험을 시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일상을 시로 형상화할 때, 흔히 경험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속에는 적지 않은 함정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일.. 2005.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