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의 계절
靑心 장광규
어느 날 꽃은
노랑으로
하양으로
분홍으로 피어
마음을 흔들어 놓더니
어디론가 자리를 옮긴다
꽃은 영영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좋은 얼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려고
남풍이 부는 마을로 간다
꽃이 떠난 자리엔
밀물이 들어오듯
거역할 수 없는 기세로
잎이
자리를 차지하며 깃발을 꽂는다
초록으로 나타난 나뭇잎은
오래 머무를 요량이다
긴 여름을 함께 하고
아름다운 가을도 지나고
겨울이 올 때까지
나뭇잎은 영토를 지킬 것이다
나뭇잎은
희망을 간직하게 하려고
화합하는 법을 보여 주려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고
희생이란 걸 배우게 하려고
서두르거나 우쭐대지 않는다
천천히 부드럽게
푸른 힘을 키우는 것이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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