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노래

잎의 계절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12. 5. 3.

 

 

잎의 계절

 

                   靑心 장광규

 

어느 날 꽃은
노랑으로
하양으로
분홍으로 피어
마음을 흔들어 놓더니
어디론가 자리를 옮긴다

꽃은 영영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좋은 얼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려고
남풍이 부는 마을로 간다

꽃이 떠난 자리엔
밀물이 들어오듯
거역할 수 없는 기세로
잎이
자리를 차지하며 깃발을 꽂는다

초록으로 나타난 나뭇잎은
오래 머무를 요량이다
긴 여름을 함께 하고
아름다운 가을도 지나고
겨울이 올 때까지
나뭇잎은 영토를 지킬 것이다

 

나뭇잎은

희망을 간직하게 하려고
화합하는 법을 보여 주려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고
희생이란 걸 배우게 하려고
서두르거나 우쭐대지 않는다
천천히 부드럽게
푸른 힘을 키우는 것이다 

 

<2009년>

 

 

 

 

'마음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눔 / 장광규  (0) 2012.05.11
5월은 오고 5월은 가고 / 장광규  (0) 2012.05.09
나이를 먹으며 / 장광규  (0) 2012.05.02
진행 중 / 장광규  (0) 2012.04.28
모과꽃 / 장광규  (0) 201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