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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心이다112

시집에서(24) / 장광규 나무에게 靑心 장광규 눈 내리는 겨울 당신의 건강한 모습에 반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연하디연한 새순을 내보이며 봄이 온다고 알려주었을 때 당신을 말없이 좋아했습니다 태양이 뜨겁게 괴롭히는 여름 푸른 그늘을 만들어주어 당신이 정말로 좋았습니다 고독이 젖어드는 이 가을 인내와 정성이 가득 담긴 오색찬란한 단풍을 마음속 깊이 포근히 안겨주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2022. 2. 4.
시집에서(23) / 장광규 꽃 靑心 장광규 웃는 모습만으로도 좋은데 향기만으로도 좋은데 빛깔만으로도 좋은데 느낌만으로도 좋은데 감촉만으로도 좋은데 부드러움만으로도 좋은데 벌 나비 오게 하고 바람 따라 춤도 추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신비스러운 천사 2022. 1. 28.
시집에서(22) / 장광규 겨울에                                                     靑心 장광규                     북서풍이 불어오는                    그 어딘가에                    엄청나게 큰 에어컨이 있을 것이다                    대형 선풍기며 소형 선풍기도                    여러 대 돌아갈 것이다                                        아마도                    거기서 나오는 바람이                    다른 곳으론 조금도 가지 않고                    전부 이쪽으로 오는가 보다                    그게 계절풍이 되어 .. 2022. 1. 23.
시집에서(21) / 장광규 눈 靑心 장광규 눈이 온다 티 하나 없이 솜처럼 부드러운 저 눈은 누가 만들까 어머니일까 누나일까 귀여운 꼬마일까 눈이 내린다 알맞은 크기로 적당한 간격으로 뿌리는 사람은 누굴까 할아버지와 할머니일까 아버지가 뿌릴까 솜씨 좋은 형이 뿌릴까 눈이 온다 눈이 내려 소복소복 쌓이고 생각도 쌓인다 2022. 1. 20.
시집에서(20) / 장광규 시 쓰는 일                                              靑心 장광규                     생김새도                    길이도                    굵기도                    가지각색의 나무들                    이리 보고 저리 보며 골라                                        껍질 벗겨내고                    길이는 자로 재고                    톱으로 자르면서                    먹줄 놓아                    도끼로 깎아내고                    대패로 곱게 밀어                    .. 2022. 1. 15.
시집에서(19) / 장광규 첫인상 靑心 장광규 귀찮게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을 보면 멀리 피하고 싶고 무엇을 달라고 조르는 것도 그렇다고 내가 주는 것도 없는데 괜히 싫은 사람이 있고 눈길을 주는 것도 아니고 서로 친한 사이도 아닌데 아는 체라도 한 번 해보고 싶고 말이라도 걸어올까 설레고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그냥 좋은 사람도 있네 2022. 1. 8.
시집에서(18) / 장광규 나무에게 靑心 장광규 눈 내리는 겨울 당신의 건강한 모습에 반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연하디 연한 새순을 내보이며 봄이 온다고 알려주었을 때 당신을 말없이 좋아했습니다 태양이 뜨겁게 괴롭히는 여름 푸른 그늘을 만들어주어 당신이 정말로 좋았습니다 고독이 젖어드는 이 가을 인내와 정성이 가득 담긴 오색찬란한 단풍을 마음속 깊이 포근히 안겨주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2021. 12. 23.
시집에서(17) / 장광규 사람의 마음 靑心 장광규 하루의 시작은 빈 그릇 작아지기도 하다가 커지기도 하는 빈 그릇 보이지 않는 그 그릇에는 보고 느끼고 겪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 모든 것이 담긴다 주워 담아도 담아도 양(量)이 차지 않을 때도 있고 저절로 넘쳐흐를 때도 있다 희로애락이 기웃거리다 가끔은 기분 좋은 것만 때로는 슬프디 슬픈 것만 채워지기도 한다 지워버려야 할 것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꿈속에서도 들락날락하다가 아침이면 다시 빈 그릇 2021. 12. 18.
시집에서(16) / 장광규 달력 靑心 장광규 벽에서 일생을 보내는 달력 제자리에 모시기 전에 얼굴을 살피는 통과의례가 있다 양력으로 또는 음력으로 명절은 언제인지 짚어보고 생각나는 절기도 찾아보고 삼복더위의 시작과 끝은 어디쯤인지 연휴는 어떻게 들어있는지 기억해야 할 날짜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하며 일 년을 미리 살아본다 동이 트면서 하루가 열리고 어두워지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반복과 변화의 공존 속에서 달력을 보며 달력을 넘기며 달력을 뜯으며 세월이 간다 2021.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