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心의 詩494 가을 풍경 / 장광규 가을 풍경 靑心 장광규 가을은 황소걸음으로 오지만 여유로움이 가득한 계절이다 농부의 쉼 없는 손길이 만든 황금물결 넘실대는 들녘 무뚝뚝한 허수아비도 신나산들바람 따라 춤춘다 가마솥더위에 몸을 만들어 억세게만 보이는 밤송이가 빙그레 입을 열어 알밤 뚝뚝 떨어뜨린다 파란 하늘 선선한 기온에 취해 나뭇잎은 노란 미소를 보내고 과일은 수줍은 듯 얼굴 붉어진다 코스모스도 해바라기도 기분 좋은 웃음이고 앞집 순이는 손 없는 날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고 옆집 대머리 아저씨는 귀여운 손자가 태어나고 가을은 눈 뜨면 온통 즐거움이다 2020. 9. 17. 오늘이 추억이다 / 장광규 오늘이 추억이다 靑心 장광규 '그때가 좋았지' '그때 잘했더라면'사노라면 행복했던 일도 후회스러운 일도 추억으로 떠오르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 그때가 되는 지금언제나 오늘이 소중하고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희망의 푸른 꿈을 안고 알찬 그림을 그리며 진실의 길을 걸을 때 추억이 찾아오더라도 반갑게 만날 수 있을 테니까 2020. 8. 6. 우리말 사랑 / 장광규 우리말 사랑 靑心 장광규 월요일 저녁 일곱 시 사십 분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지는 KBS 1TV 우리말 겨루기 우리말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제대로 사용하는지 실력은 물론 순발력을 발휘하며 생각나는 문제는 맞히고 몰랐던 우리말 배우는 자리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우리말 알쏭달쏭한 단어도 많지만 명쾌한 뜻풀이를 알고 나면 재미도 있고 친근감도 느끼네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녀노소 누구나 예심을 거쳐 방송에 출연해 재치도 자랑도 풀어놓을 수 있네 상품권이랑 상금도 있고 시청자와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우리말을 꽃피우는 우리말 겨루기더 가까이 가까이 국민 곁으로천년만년 이어질 좋은 프로그램 2020. 7. 29. 풍경 / 장광규 풍경 靑心 장광규 지하철 노약자석 한쪽은 깍짓동만 한 사람이 앉고한쪽은 보통 몸집의 사람이 앉아 있다 비집고 그 가운데에 앉을까 생각하다 이래저래 불편할 것 같아 저만큼 비켜나 손잡이를 잡고 선다 출입문이 열리자 막 승차한 사람이 재빠른 동작으로 빈자리를 차지한다 앉자마자 다리 꼰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얼굴을 붉히며 큰소리까지 주고받더니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떠난다 몇 정류장 지나 환승역에 다다르자 깍짓동만 한 사람 뒤를 돌아보며 내린다 누군가가 얼른 그곳에 앉는다 통로에 있던 사람 남은 자리를 채운다 세 사람 앉아 조용히 지하철을 타고 간다 2020. 7. 1. 경칩 / 장광규 경칩 靑心 장광규 양력으로 3월 5일경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드는 절후 아직은 겨울이 떠나지 않아 눈도 내리고 바람도 차갑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날마다 봄이다 땅속에서 동면하던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시기 위장병에 많은 효과가 있다며고로쇠나무 수액을 받아먹기도 한다 이날 흙일을 하면 탈이 없고 좋아흙으로 벽을 바르거나 진흙과 돌로 담을 쌓기도 한다 2020. 5. 21. 코로나19를 겪으며 / 장광규 코로나19를 겪으며 靑心 장광규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전쟁이네 젊은 군인은 국위선양 깃발을 들고 뜨거운 나라 베트남 전쟁터에 갔었네 밤낮으로 총소리 대포 소리가 들리고 그래서 사람이 다치고 죽기도 했네 눈으로 보며 겪은 나날은 불안과 어둠의 연속이었네 전쟁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온 세상을 휩쓸며 괴롭히네 힘도 세고 동작도 빨라 소리 없이 생명까지도 기웃거리네 공포 속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어가족도 이웃도 멀리하며 지내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며 싸울 일 아니네 나라와 나라 간에 전쟁도 없어야 하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보살피며 웃으며 살아야 하네 힘을 모으고 뜻을 모아 질병 없는 낙원을 만들어야 하네 하나가 되어 건강하게 .. 2020. 5. 5. 옆집 아저씨 / 장광규 옆집 아저씨 靑心 장광규 옆집 아저씨를 보면 자연스레 '대머리'라 부른다앞쪽 머리카락이 빠져서 보는 사람마다 그렇게 한다가끔은 모자를 쓰고 다닌다 언제부턴가콧수염을 기르고턱수염도 기르기 시작하면서별명이 바뀌었다'털보 아저씨'라고 2020. 4. 23. 작은 행복 / 장광규 작은 행복 靑心 장광규 친정에 갔다 와서도 그러고 고향에 다녀와서도 그러더니 여행으로 해외에 나갔다 와서도 아내가 자연스럽게 하는 말은 언제나 변함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집이 제일 편해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내가 살아가는 나의 집이 제일 좋아 2020. 4. 9. 복고 / 장광규 복고 靑心 장광규 부족한 것 많아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었습니다 이웃과 정을 나누며 희망을 가득 안고 살았습니다 어렵고 막막한 일상 속에 의욕은 힘이 되고 약이 되어 힘든 고개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합니다 뒤질세라 앞다퉈 살찌지 않아 몸에 좋은 보리밥 잡곡밥을 찾습니다 채소에 된장도 챙깁니다 철 따라 삼베옷 무명옷 입으며 건강하게 지내던 때를 생각합니다 포근한 인정이 그립고 행복한 웃음도 찾고 싶습니다 2020. 4. 1. 이전 1 2 3 4 5 6 7 8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