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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

서울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4. 7. 29.

 

대대로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또 옆을 보아도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다.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그대로 먹어도 될 만큼 전혀 오염되지 

않았고 가재와 피라미가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공기가 깨끗해 언제나 머리가 개운하고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볍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와 함께 욕심부리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정을

나누며 사는 첩첩산중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향을 그대로 두고 이곳 서울로 온 지 4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부터 적응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투르기만 했다. 영등포에 짐을 풀고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태어난

고향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웃도 사귀고 살아가는 법도 터득해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졌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수놓기 위해 건강하고 즐겁게 움직인다.

도대체 서울은 무엇이 좋을까? 학교가 많고 통학하는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다.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재래시장이나 대형 마트를 쉽게 갈 수 있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네병원이나 큰 병원이 많고 약국도 많아 

노약자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온은 높은 편이지만 폭우나 폭설이 온 적이 없어 

피해를 주지 않는 것도 좋은 점이다. 일자리가 많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 몸이 아파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병원 옆에 방을 얻어 몇 달

살면서 병원에 다니는 일도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서울이 좋다며 서울역에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 아내가 몸이 많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나도 병원을 

오가며 서울이라는 곳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서울의 하늘 아래에 있다는 것이 행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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