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생활의 기준이었다. 성인 남성의 하루 품삯은 한 되었다. 특별한 기능이 있어야 하는 일이거나,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두 되었다. 여성과 성인이 안된 남성의 품삯은 반 되었다. 논과 밭을 매매하거나 가옥을 사고팔 때도 쌀로 계산한다. 몇 가마니짜리 논, 몇 가마니짜리 집으로 통했다. 논이 많으면 부자였고 부잣집은 쌀이 많았다. 쌀을 가지고 시장에 가면 의복도 살 수 있고 음식도 살 수 있다. 쌀이 많아야 상급학교도 갈 수 있었다. 혼수 장만도 쌀이 많으면 넉넉하게 할 수 있었다. 쌀이 사람을 만든 시절이 있었다.
쌀의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래서 이제 양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질은 반대로 떨어진 상태다. 품종 개발, 농약의 다량 살포, 화학비료의 과다사용, 토양의 산성화, 농업용수의 오염, 기후의 변화, 건조방법의 변경 등이 원인이다. 이제는 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는 중이다.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가 점차 줄어드는 게 고민거리다. 쌀이 남아돌고 쌀값이 하락하니 농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더욱이 외국에서 쌀이 몰려온다. 생산자는 쌀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도시민들은 식생활에 쌀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위기의 순간이다.
2001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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