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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오호

잔치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5. 9. 21.

 

새로운 풍속도가 되어버린 게 있다. 결혼 피로연이거나 회갑 잔치 거나 막론하고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음식점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간편하긴 해도 정감이 흐르지 않는다. 옛날에는 결혼식이나 회갑잔치는 물론 애사를 당했을 때에도 집안에서 정성껏 음식을 장만해 손님 접대를 했던 것이다. 

길일을 택해 잔칫날을 정하고, 잔칫날이 정해지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온갖 음식을 차근차근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술도 담그고 콩나물도 기르고 도토리 혹은 메밀묵도 만든다. 돼지도 먹이를 잘 줘 살이 찌도록 거둔다. 싱싱하고 신선한 과일도 준비하고 시장에서 생선도 사 온다. 그리고 일가친척과 동네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준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우리 집 둘째 아들이 장가드니까 오라고 기별을 해둔다. 

잔칫날이 되면 일가친척과 동네 사람이 모여 큰 잔치가 벌어진다. 음식도 함께 들면서 결혼하는 당사자들에게 축하도
해주고 즐겁게 놀다 간다. 초대받은 사람은 그게 예의다. 

초청한 쪽에서 초대한 사람들이 많이 참석해 음식을 맛있게 들고 무사히 놀다가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솜씨를 기억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1997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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