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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오호

옷은 날개인가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5. 9. 21.

 

너나 나나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 다닌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새 옷을 입으라는 말은 안 하겠다. 헌 옷이라도 자주 빨아 입고 떨어진 곳은 기워 입고 다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특히나 소풍 가는 날은 아껴두었던 옷이 있는 사람은 그 옷을 입고 오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입던 옷 중에 상태가 좋은 것을 골라 빨아서 입고 오라고 며칠 전에 일러주셨다. 사실 옷감의 질이 좋지 않아 금방 떨어지는 옷을 몇 년은 입으라고 한치수 큰 옷을 사 오기도 했고, 형이나 언니 옷을 물려 입기도 하고, 남의 집에서 헌 옷을 가져다 입기도 했으며 어쩌다 명절에나 한 번쯤 사 오는 새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아껴 입었다.

의복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사실 좋은 옷이 아니더라도 몸에 맞는 옷만 입어도 사람이 야무져 보인다. 그러기에 좋은 옷을 입으면 외출하는데,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요즘 나오는 옷은 낡아서 못 입는 법이 없다. 탈색이 되거나 변형이 되지도 않는 편이다. 또 해어질 때까지 입는 사람도 없다. 유행이 바뀌거나 혹은 싫증이 나서 못 입을 것이다. 언젠가는 청바지에 구멍을 뚫어 입더니 지금 유행하는 옷은 너덜너덜한 것들이 많이 달렸다. 속옷 같은 겉옷을 입고 다니기도 하고 속옷이 겉옷보다 길게 나오게 입기도 한다.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의상을 보면 너무 화려하다.
같은 무대에서 여러 번 의상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시청자를 위한 배려일 것이다.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도
같은 옷만 입고 다니면 싫증을 느낀다. 고급스럽지 않은 옷 몇 벌 준비하고 적당히 갈아입고 깨끗이 세탁해 입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고가의 옷을 한두 번 입고 내팽개친다면 문제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금전적인 낭비일 뿐만 아니라 계층 간에 불신과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