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에서 한 어린이의 연필이 없어졌다. 연필을 잃어버린 학생이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학생 모두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열을 셀 때까지 연필을 주웠거나 가져간 사람은 연필을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열을 세다 말고 눈을 뜨라고 했고, 연필은 주인에게 되돌아왔다. 어렸을 적에 한두 번은 겪어보았을 이야기다.
우리 주위에서는 작은 사건들이 잊을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순간적으로 잘 못 생각해서 일을 저질렀다고 하자. 수사를 하기 전에 범인들 나오라는 신문광고나 TV 방송을 하고 범인들은 스스로 걸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같은 생각을 해본다.
남들보다 잘 살 수 있는 것도, 무슨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직하고 양심적으로,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정직하다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이것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겉으로 나타나 있는 물체도 아니다. 그러기에 무게를 달아보거나 길이를 재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행을 하거나 거리를 오가며 제일 걱정스럽게 생각되는 것이 쓰레기다. 이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남들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이 환경미화원은 고달픈 일을 소화해내면서 평범하게 자기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 환경미화원들이 적재적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기에 거리가 깨끗하게 유지될 게다. 그들의 모습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시장 변두리에서 마른오징어 몇 마리, 바나나 몇 송이와 그밖에 몇 종류의 과일을 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쉽게 보게 된다. 저렇게 벌어서 어떻게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욕심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장사를 한다. 먹을 것 제대로 못 먹고 입을 것 제대로 못 입으면서 저축한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어느 할머니 같은 우리 이웃들이 많이 있기에 환한 웃음과 희망에 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이리라. 좋은 환경이나 여건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공이 더 빛나 보이고 공감이 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해야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한 말씀들이 정직하게 살아가는 기본자세를 심어주었다고 생각하며 그 기본적인 양심을 지금 한번 더 다짐해 보고 싶은 것이다. 법을 새로 만들고 개정하여 사람을 보호하고 재산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사람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 가치도 보람도 없는 일이다. 정말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살맛 나는 사회,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어릴 때 어른들께 배운 대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한 수 배우고 싶은 요즘이다.
1991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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