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서
靑心 장광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팔랑개비를 들고 달리기도 하고
언덕에 올라 연을 날리기도 하고
도랑에서 가재를 잡으며
한 곳에서 뱅뱅 돌며 지냈던 곳
멀리 떠나 살며 어쩌다 찾아가네
무관심하게 여겼던 산과 들의 풀
가까이 다가가 손 내밀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처럼
보드라운 감촉으로 반기네
흙은 억센 듯 거친 듯 보여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귀여운 아기 피부만큼이나
곱고 매끄러운 감촉이네
아무렇게나 있는 듯한 돌멩이
굴러 다니며 인사하네
논과 밭은 커다란 화분이 되어
푸른 채소가 자라며
길게 넝쿨 뻗어나가고
땅속엔 알맹이도 자라고
올망졸망 열매도 달리네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아름답게 지저귀는 산새 소리
이따금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나무에서 열매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가까이서 들리는
정겹고 포근한 귀에 익은 소리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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