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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

오늘도 이력서를 쓴다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09. 9. 23.

    

 

오늘도 이력서를 쓴다

 

                           靑心 장광규

 

고향 떠나던 날 어머니는
도시에 가더라도 건강하여라
한 곳에서 진득하게 일하며
큰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라
눈감으면 코 베어간단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하셨다

 

근로는 생활의 기본이며 신성한 것
일터를 잡고 일하는 보람이 있다
안부 전화할 때마다 어머니는
일터에 나가는지가 관심사다
대접받지 못하는 처지이긴 해도
열심히 일하며 오래 다니고 싶다

 

아침이면 출근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일감이 줄어들고
일감이 줄면 사람이 남아돈다고
언제 그만두라고 할지 몰라
항상 불안한 비정규직
계속 다니고 싶은데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코는 베이지 않았지만
눈뜨고 있어도 밥줄이 잘린다

 

세상사 십 분의 일만 마음대로 되어도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변함없이 회사에 나가는 줄 알고 있을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 전화를 한다
일터 이야기는 차마 꺼낼 수 없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말만 한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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