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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춘삼월이라 / 장광규(張光圭) 오늘이 음력 삼월 초하루다. 봄이 찾아와 머무르고 있을 춘삼월의 고향. 그곳에서는 산을 '까끔' 또는 '까끄메'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뒷산의 소나무들은 푸른빛으로 더 건강해 보이고 바위틈엔 꽃들의 웃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앞산의 골짜기마다 맑은 냇물이 흐르고 할미꽃도 피고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할 것이다. 종달새는 하늘 높이 날며 노래 부르고, 아지랑이는 잡힐 듯 말 듯 손짓할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논으로 밭으로 바쁘게 다니며 농사일을 하거나 준비하는 모습일 것이다. 삼월 삼짇날은 장 담그기 좋은 날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말(午) 날을 택해서 담그기도 하지만 삼월 삼짇날을 택해 장을 담그면 간.. 2009. 3. 27.
봄나들이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날씨가 아주 좋다 아침부터 서둘러 이곳에 일찍 도착했구나 잘 왔다 보고플 때 만나니 반갑다 온다고 몇 번 날을 정했다가 아빠가 출근하는 바람에 약속이 어긋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지킬 수 있게 되었구나 손자 현민아! 아빠 생일도 곧 돌아오고 시간 내기가 힘들기도 하고 얼굴 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오늘 한자리에 만난 거란다 아빠가 친구 만나러 가는 곳에 엄마랑 너도 함께 가는데 구경도 하고 잘 다녀와 저녁에는 집에서 푹 쉬거라 2009년 3월 21일 2009. 3. 21.
봄날이 손짓한다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오늘은 네가 태어난 지 백이십일이 되는 날이구나 아직은 몸짓으로 보여주는 언어 우리는 웃을 수 있어 행복하다 더딘 걸음으로 오는 계절 봄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노란 개나리가 피고 하얀 목련이 피고 연분홍 진달래가 피며 곱고 아름다운 웃음은 이어진다 나비들이 찾아와 춤추고 새들도 날아와 노래할 것이다 보고픈 손자야! 엄마와 함께 가끔씩 밖으로 나가 너를 기다리고 있는 초록빛 나무도 보고 꽃 향기도 느끼고 나비와 놀기도 하고 봄바람도 쐬면서 봄을 직접 만나보기 바란다 2009년 3월 17일 2009. 3. 17.
동영상을 보며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최근에 보내온 너의 동영상을 본다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 누운 상태에서 엎드리려는 모습 팔을 이리저리 휘젓는 모습 한 곳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모습 자꾸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엄마 품에 포근히 안겨 좋아라 웃는 모습도 보인다 손을 입에 집어넣고 손가락을 빠는 모습 아기들이 자라면서 하는 행동은 다 해보려고 하는구나 턱받이를 하는 것도 아기다워 귀여워 보인다 볼 때마다 더 커 보이고 더 건강해 보인다 보고픈 손자야! 건강하게 잘 있다가 따뜻한 날 만나면 좋겠다 2009년 3월 10일 2009. 3. 10.
크는 모습을 본다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요즘 기온이 고르지 못한데 잘 지내고 있느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저께 시골 내려갔다가 어제 올라왔다 증조할아버지 제사가 있어 큰집에 갔는데 모두들 안녕하시더라 증조할머니에게 큰할머니에게 작은할머니에게도 네 자랑 많이 하고 왔다 며칠 전 보내온 동영상을 보며 네가 크는 모습이 눈에 띄어 할아버지 할머니는 또 웃는다 삼촌 생일이 곧 돌아와 오늘 한자리에 모이는데 너희들은 바빠서 못 온다니 한쪽이 허전해 서운하다 손자 현민아! 꽃샘추윈가 뭔가 보다 건강하게 지내거라 2009년 3월 8일 2009. 3. 8.
가고 싶었다 / 장광규(張光圭) 1960년대 후반 선배들은 군대에 가더니 월남에 갔다는 소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난 갑종 합격을 받았는데 인력이 넘치다 보니 대기하며 징집영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자원해서 군대에 가려고 했다. 빨리 군대에 가서 나도 월남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면사무소 병사 담당을 찾아다녔으나 병무청에서 지원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원입대는 할 수 없다고 했으나 귀찮게 쫓아다녔더니 지원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러면서 확정된 건 아니니 너무 믿지 말라는 말도 한다. 소집일이 되어 소집장소에 갔더니 내 이름은 부르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징집대상자 중에 빠진 사람이 많으면 대신 갈 수 있었는데, 빠진 사람이 없어 추가 명단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9. 3. 4.
기다린 소식 / 장광규(張光圭) 큰아들아! 결혼을 하고 수원으로 내려가고 귀여운 현민이가 태어나고 몇 년 사이에 변화가 많았지 얼마 전엔 현민이의 백일이 있었지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항상 함께 있어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 회사에서 하는 일 말고도 몰아치는 경제 가뭄으로 부서를 재편한다 임금동결이다 마음고생이야 있겠지만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 엊저녁에 전해준 3월 1일부로 승진했다는 소리가 봄비 오듯 포근히 들린다 2009년 3월 3일 2009. 3. 3.
그곳의 2월은 / 장광규(張光圭) 군대생활을 하기 위해 나갔을 때 말고는 스무 살 남짓 쭉 살았던 고향. 떠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그곳의 명절이 떠오르고 놀이나 풍습 같은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농사를 짓는 곳이기에 음력을 주로 사용한다.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거두어들이는 것도 음력을 기준으로 했다. 밤하늘의 달을 보며 날짜를 짚어가면 농사일하기가 쉬웠다. 명절은 보통 초하루 또는 보름날에 들어있고 생일도 음력으로 찾는다. 음력 2월 초하룻날은 영등 할매가 내려오는 날이다. 바람과 비를 가지고 있는 신으로 믿는다. 그래서인지 음력 2월에는 봄바람도 많이 불고, 봄을 재촉한 비도 자주 내린다. 이날 고향에서는 콩을 볶는다. 영등 할매에게 올리기 위해서다. 콩만 볶는 것보다 콩과 밀을 섞어서 볶으면 먹기가 좋았다. 콩을 볶는 구수한 냄새로 영.. 2009. 3. 2.
우리는 함께 있다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너는 수원에 있고 우리는 서울에 있지만 너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너는 우리와 함께 있기에 희로애락도 같이 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핸드폰에 너의 사진이 많이 들어있다 전화 통화할 때 말고도 가끔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보며 너를 생각한다 얼마나 컸을까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움으로 보고 싶어 질 때 웃음을 선사하는 넌 희망이다 손자 현민아! 핸드폰 속의 사진도 마음속의 모습만큼 소중하다 너를 생각하면 이 세상이 온통 꽃밭이다 2009년 3월 2일 2009.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