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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15

제주도에 가다 / 장광규(張光圭) 여름이 다 지나가는 8월 말에 휴가를 다녀왔다. 더위가 한창인 복더위에 결정한 일이다. 큰아들이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함께 가자고 해서 계획을 세운 것이다. 큰아들과 새아기, 나와 집사람 그리고 사돈어른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가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 큰아들의 결혼이 결정되자 미뤘다. 지금의 분위기는 환갑을 단순한 생일 정도로 생각해 버리지만 환갑이라고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큰아들의 결혼식이 있어 여행은 다음으로 미뤘던 것이다. 제주도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십오 년 전쯤엔가 한번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간 적은 없다. 오래전에 군복을 입고 배를 이용해 월남에 갔다 온 적이 있.. 2008. 9. 21.
두고 온 산촌 / 장광규(張光圭) 학교 가는 아이들의 나이에 별로 신경을 안 쓰던 때, 다섯 살에 입학한 형이 너무 어린 탓에 공부도 못하고 학교에 안 가려고 한다며 나에겐 아홉 살쯤 되어서 초등학교에 다니라는 걸, 여덟 살 되던 해 꼭꼭 숨겨둔 옷을 챙겨 입고 혼자서 입학식에 가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틈에 수십 년이 지나가버렸다. 면사무소가 있고 파출소가 있는 소재지에 전교생이 오백여 명인 시골학교는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 건물은 일본식으로 어버이들이 다닐 때는 사학년까지만 있었고 나머지 학년은 읍내로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향으로 지어진 교실 앞에는 벚꽃나무 네 그루가 고목이 되어 버티고 서 있었다. 일학년에 입학한 학생의 나이가 열 살이 훨씬 넘는 아이도 있었고 월반이라고 해서 한 해 동안에 일학년에서 이학년이 되기도 .. 2005. 9. 21.
'오포'라 불렀던 사이렌 / 장광규(張光圭)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초등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조그마한 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 고개를 넘어 논길을 따라 한참을 가노라면 면사무소가 나온다. 그 옆에는 지서가 있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학교가 있다. 그런데 학교를 오가면서 지서 앞에 있는 사이렌이 신기해 쳐다보곤 했다. 면사무소와 지서 앞 길가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몇 그루 서 있고 중간중간에 크나큰 팽나무도 몇 그루 있었다. 넓은 공터였는데 그중 한 곳에 사이렌이 있었다. 나무 중간쯤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 위에 사이렌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사다리를 설치해 놓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이렌을 울리게 되어있었다. 이 사이렌은 주로 낮 12시에 시간을 알려줄 목적으로 설치해 놓았던 것이다. 시계가 귀하던 때라 사.. 2005. 9. 21.
고향 / 장광규(張光圭) 기차역 부근에서 보따리를 들고 오가는 인파를 보면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고향이다. 흙 내음 풀 내음에도 정을 느끼고,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갖고 생활해가는 곳. 그곳이 어머니의 포근한 품과도 같은 고향이다. 평소에는 다섯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명절 때는 시간을 종잡을 수가 없고 열 시간이 넘게 시달리며 달려가야 하는 것이 귀향길이기도 하다. 시내에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이야기로 유명한 광한루원이 있는데, 그곳 연못에는 큼직한 잉어들이 떼를 지어 관광객을 반겨준다. 또한 지리산이 가까이에 있어 등산객이 많이 모여드는 교통이 좋은 곳이 남원이기도 하다. 광한루원에서 광주로 가는 국도를 6Km쯤 가다 이정표를 따라 서쪽으로 들어가면 88 고속도로가 가로질러 나 있고, 저 멀리 마을.. 2005. 9. 21.
불효시대 / 장광규(張光圭) 옛날부터 산 좋고 물 맑고 인심 좋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곳을 떠나 도시로 왔다. 그리고는 그곳이 좋은 곳이었음을 늦게나마 느낀다. 그곳이 고향이다. 고향 내음이 나는 시골 풍경을 TV 화면으로 보거나 명절 때 잠깐씩 보면 참으로 좋다. 객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형제자매들이 명절 때면 모여드는 곳이 고향이기도 하다. 떠나와 살고는 있어도 고향을 잊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뒷산 골짜기며 괴상한 바위 이름도 생각나고 학교 가는 길이랑 읍내 가는 길도 눈에 선하다. 아무튼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은 사계절 말고도 한 계절을 더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고 있다. 명절 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보고픔이 그것이리라. 몇 달 전부터 예매하는 귀성표가 하루아침에.. 2005. 9. 21.
그 여름은 갔어도 / 장광규(張光圭) 휴가철이다. 휴가철이면 잊히지 않는 아주 오래된 추억 하나가 있다. 시골서 자란 촌놈이 서울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그때는 가정방문을 하면서 책을 판매하고, 직접 책도 배달하고 수금도 하는 출판사가 많았다. 그런 회사에 다니게 되었는데 여름휴가를 얻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해 여름도 무척이나 무덥던 팔월 초순이었나 보다. 삼 일간의 휴가가 시작되었으나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고향을 다녀오기로 했다. 같이 가게 될 일행도 없고 고향역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심심하고 지루할 것 같아 신문과 주간지를 사 들고 영등포역을 찾아 아침 일찍 열차에 오르게 되었다. 더운 날씨지만 조금은 들뜬 기분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른 열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향에는 농사일 거드시느라 .. 2005.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