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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입은 사람 / 장광규(張光圭) 군복 입은 사람 길을 가다가도 먹을 것 먹다가도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군인 간 아들 생각이 난다 내가 군대 생활할 때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손자 생각이 난다던 할머니 군인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던 어머니 나이 비슷한 사람만 보아도 손자 생각 아들 생각을 했다는 그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있다 저기 군인이 보인다 휴가를 나왔는지 제대를 했는지 저 사람 얼마나 좋을까 가족들이 얼마나 반가워할까 군인을 보면 반갑다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 잘 지내고 있는지 2000년 7월 20일 2005. 9. 22.
백일 휴가 / 장광규(張光圭) 백일 휴가 봄도 헤어지기 싫어 머뭇거릴 때 인사하고 군대에 간 큰아들 훈련소 교육은 어떻게 받고 있는지 훈련을 받고 부대 배치는 어디가 될지 이런저런 걱정 속에 시간은 흘러 훈련도 잘 받고 자대 배치도 받았지 가까운 곳으로 왔으면 했는데 전방으로 떨어져 서운한 마음뿐이지 처음엔 편지로 안부를 전했지 주고받는 기간이 너무 많이 걸려도 봉투를 뜯어 소식을 접하면 가까이 있는 듯 보고 있는 듯 반갑고 기분이 좋았지 서신으로 소식을 주고받다가 몇 달 후엔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지 그러나 아직은 졸병이기에 오후 여섯 시 반 지나서 긴급할 때만 전화로 연락하랬지 그리고 세월이 흘러 백일 휴가를 왔지 몇 개월 만에 만나니 서로 반가움으로 기뻐했지 먹을 것 실컷 먹고 싶다며 과자 봉지봉지 사다 놓고 먹어댔지 친구 만나.. 2005. 9. 22.
가을에 띄우는 편지 / 장광규(張光圭) 차로! 정말 오랜만일세. 자네에게 편지를 쓴다는 일이 쉬울 것 같았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은 미처 몰랐네. 멀리서 가까이서 무언의 대화는 계속하고 있었지만, 세월이 흐를 만큼 흐른 지금 지면에 글을 적어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전하려 하니 반갑기만 하다네. 추분이 지나고 기온도 떨어지더니 파란 하늘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더군. 이맘때쯤이면 고향의 들녘은 황금빛 풍요로움으로 가득 차 있겠지. 차로! 자네는 항상 고향을 잊지 못하고 살아간 댔지. 어린 시절 꿈을 키워가던 고향. 신체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마음의 넉넉함까지 가져다준 고향. 철없이 지낸 그때의 추억들은 가슴속에 생생히 남아 숨 쉬고 있겠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보려는 자네는 욕심쟁이. 마도로스가.. 2005. 9. 21.
그날의 산행 / 장광규(張光圭) 11월 하순이었으니 겨울이라고 해야겠다. 아마 초겨울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단풍도 떨어지고 있었으니 가을 기분도 났다. 늦가을의 허무하고 쓸쓸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계절이다. 일요일 오후 길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내린다. 방 안에 앉아있자니 답답해 바람이라도 쐬러 나온 것이다. 남산에 오르기로 작정한다. 남산을 오른 적은 몇 번 있다. 그때는 좋은 기분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번은 좋은 기분으로 올라온 게 아니다. 지금 몇 달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거나 잊어버리려고 산을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관악산으로 갈까 망설이다 이곳으로 왔는데 그곳으로 갔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쯤 오르다 필동을 내려다보니 푸른 유니폼을 입고 근무했던 군부대가 .. 2005. 9. 21.
어머니께 / 장광규(張光圭) 어머니! 오랫동안 소식 못 전했습니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운 것 같습니다. 이 더운 여름철을 어떻게 지내신 지 궁금합니다. 이곳의 저희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곳은 농사철이라 바쁘시지요. 논과 밭에 온갖 씨앗을 뿌리고 잘 자랄 수 있게 가꾸겠지요. 철 따라 곡식이 자라는 모습은 평화스러움이지요. 넓은 들판에 나가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은 자연의 힘이지요. 회색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그곳은 가까이에 널려있지요. 떠나와 살면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내려가고 시간만 나면 찾아가던 때가 있었지요. 그때는 살기가 어려워서 그랬을까요? 갈 때마다 어머니께서 쌀이며 고추며 마늘이며 곡식을 싸 주셨지요. 가을이면 호박도 주시고.. 2005. 9. 21.
글쓰기란 / 장광규(張光圭) 글쓰기란 무엇일까? 글쓰기는 자기의 느낌이나 체험을 글로써 나타내는 일이라 하면 될까. 처음부터 소질을 가진 사람도 있고 반복되는 연습을 통하여 글 쓰는 법을 터득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글을 쓰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몸속의 피가 줄어드는 듯한 고통을 받을 때도 있다. 글 쓰는 형식도 중요하지만 너무 형식에 치우쳐도 좋은 글이 나오지 않으리라 본다. 조금은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멋이 필요하겠다. 간결하게 쓰는 법을 생각해야 한다. 긴 문장은 거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면서도 내용 전달이 잘 된다면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도 있어야 하겠다. 슬픔보다는 웃음이 나오도록 하는 글이면 더욱 좋겠다. 슬픈 내용이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글이 살아 있어야 .. 2005. 9. 21.
거품 제거 / 장광규(張光圭) 경제가 어렵다. 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럴 때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거품 제거'가 있다. 도대체 거품이란 무엇이며 왜 그것을 제거해야만 할까? 비누, 샴푸 등을 사용할 때 나오는 액체 속에 공기가 들어가 속이 비어 둥글게 부푼 방울을 거품이라 부른다. 또 입가에 내뿜어진 속이 빈 침방울을 거품이라고도 한다. 이런 거품도 있다. 모내기를 해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논흙을 잘게 부수고 평평하게 고른 다음 마른논에다 호미로 모를 심는다. 그리고 모 뿌리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밟아주고 물을 뿌려준다. 이른바 서종이라고 하는데, 비가 내려 논에 물이 고이면 생기는 것이 있으니 이것 또한 거품이라 부른다. 하지만 경리정리, 수리시설 개선 등으로 지금은 이런 현상은 사라졌다. 비누와 샴푸를 사용.. 2005. 9. 21.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 장광규(張光圭) 나뭇잎이 울긋불긋 아름답다. 지금을 늦가을이라고 부를 거야.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가을이 가고 있군. 이렇듯 좋은 계절은 짧게 지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하철을 탄다. 어제는 왼쪽에 앉았던 사람이 졸면서 가끔 나를 툭툭 건드리더니 오늘은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졸면서 좌우로 흔드는 바람에 신경이 좀 쓰이더군. 도시 사람들은 앉으면 졸거나, 졸고 있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습관이 되어가나 보다. 아침 일찍 타거나 밤늦게 타야지만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철 안은 많은 인파로 지옥철이 되고 감옥철(?)이 되고 만다. 고향을 떠나 산다는 것은 엄마 품을 떠난 어린애와 같은 것일까. 고향의 옛 추억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그리워진다. 예비군 훈련이 끝나면 쌈직한 술집. 아니 하.. 2005. 9. 21.
참된 세상 / 장광규(張光圭)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 어린이의 연필이 없어졌다. 연필을 잃어버린 학생이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학생 모두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열을 셀 때까지 연필을 주웠거나 가져간 사람은 연필을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열을 세다 말고 눈을 뜨라고 했고, 연필은 주인에게 되돌아왔다. 어렸을 적에 한두 번은 겪어보았을 이야기다. 우리 주위에서는 작은 사건들이 잊을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순간적으로 잘 못 생각해서 일을 저질렀다고 하자. 수사를 하기 전에 범인들 나오라는 신문광고나 TV 방송을 하고 범인들은 스스로 걸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같은 생각을 해본다. 남들보다 잘 살 수 있는 것도, 무슨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직하고 양심적으로,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 2005.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