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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492

재촉 / 장광규 재촉 靑心 장광규 발걸음 바삐 움직인다고 하는 일 빠르게 되는 것 아니고 보폭 넓게 한다고 모든 일 한꺼번에 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서두르며 정신없이 왔나 보다 추운 겨울 어서 오라고 세월 빨리 가라고 재촉한 것은 아니었는지 잠시 여유를 찾아 생각한다 어느새 나무는 옷을 다 벗으며 청결하게 목욕을 하려 한다 가볍고 시원해 보이는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잘 보여 새가 앉으니 꽃처럼 보인다 겨울엔 바람도 쉽게 지나가며 세월을 재촉하고 있다 2005. 9. 22.
코스모스의 계절 / 장광규 코스모스의 계절 靑心 장광규 짧은 계절을 위해 저리도 많이 준비한 꽃은 시들고 곱게 물든 나뭇잎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길 떠나는 가을 가는 계절을 막을 수 없어 이제 가을 속에서 가을을 조금씩 간직해야 할 시간 구겨진 종이도 좋으리 까맣고 길쭉한 코스모스 씨앗을 받아 정성스레 보관해야지 포근히 들어 있는 씨앗 씨앗에 묻어 있는 향기 봄이 오면 다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작은 꽃으로 피어날 코스모스 이제 편안한 휴식시간이네 2005. 9. 22.
결혼 / 장광규 결혼 靑心 장광규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보냈지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고운 사연을 보냈지 어느 날부터 두 사람은 같은 주소로 우편물을 받기 시작했지 그 속에는 밝고 맑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결혼식에 오라는 청첩장이 있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부고장도 있고 전기료랑 수도료랑 가스료며 전화료를 내라는 우편물이 이어지고 있지 함께 웃기도 하고 슬퍼도 하며 때로는 의논도 하고 다툼도 하고 가끔은 좋아도 하고 고민도 하지 2005. 9. 22.
소만 / 장광규 소만 靑心 장광규 입하와 망종 사이 양력으로 5월 21일경에 드는 절후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나뭇잎이 푸르디푸르게 변해가고 만물이 자라 세상을 가득 채우는 소만 기온도 높아 초여름 기분이 나기도 한다 '소만 바람에 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듯 비도 자주 많이 내리고 기온의 변화가 심한 시기다 이 무렵을 '보릿고개'라 부르기도 했다 2005. 9. 22.
쌀을 생각한다 / 장광규 쌀을 생각한다 靑心 장광규 아버지도 농사를 지으시고 할아버지도 농사를 지으셨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논갈이를 하여 볍씨를 뿌리고 모를 길러내 제때에 모내기를 하고 모가 잘 자라도록 물 관리도 하고 더도 덜도 아니게 거름도 주고 김매기를 하고 피사리도 하고 병충해를 없애려고 땀 흘리고 잘 익은 곡식을 수확하는 농사를 정성껏 지으셨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논밭에서 일하면서 쌀을 만드는 기술자였는데 쌀이 생산되는 과정도 모르고 농사짓기가 힘든 것인 줄도 모르고 누렇게 익은 벼를 보며 좋아하고 쌀밥을 먹기만 했는데 이제야 농사의 중요성이며 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외국 쌀이 물밀듯이 들어오면 벼농사가 필요 없게 되는 걸까 우리 몸엔 우리 것이 좋은 것인데 우리 쌀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05. 9. 22.
자화상 / 장광규 자화상 靑心 장광규 저녁 늦게 귀가하는 아버지에게 '요즘 피곤하시죠' 인사하니 웃으면서 '아니다 괜찮다' 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 당신의 모습을 읽을 수가 있답니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할 수도 있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요 그러나 그것은 무지개였고 양 어깨에 무거운 짐을 멘 지금 유년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겠지요 아버지! 일터에 가면 웃고 지내십니까? 근심 걱정에 잠겨있습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십시오 스트레슨가 뭔가가 쌓이면 좋지 않답니다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2005. 9. 22.
고향 생각 / 장광규 고향 생각 靑心 장광규 멀리 떠나와 있어도 마음은 그곳에 머무르고 보이지 않은 곳에 있어도 가까이 다가오는 생각만 해도 좋은 고향 물은 여유롭게 흐르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햇빛 속에 논밭 갈며 흙과 함께 살아가는 곳 철 따라 씨앗 뿌려 김매고 거름 주고 논 곡식 밭 곡식 가꾸어 벼 가마니 싣고 오시던 아버지 빨간 고추 따 오시던 어머니 생전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2005. 9. 22.
아침이면 / 장광규 아침이면 靑心 장광규 아침이면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불끈불끈 솟아오를 게 있다 아침마다 태양이 변함없이 찾아오듯 봄날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듯 영원히 시들지 말아야 할 게 있다 포근히 잘 잤으니 편히 푹 쉬었으니 잠을 깨고 일어나 꿈을 털고 일어나 하늘 향해 뜨겁게 인사하라 태양보다는 작지만 태양처럼 야무진 남성이여! 누워만 있지 말고 강하게 일어서라 태양은 온 누리를 밝히고 너는 행복을 열어라 태양보다 더 환하게 태양보다 더 둥글게 태양보다 더 힘 있게 너의 희망을 알려라 2005. 9. 22.
가을이 가네 / 장광규 가을이 가네 靑心 장광규 맑은 날씨 상쾌한 하루 즐겁게 지낸 소풍날 신나고 기분 좋게 놀다 하나 둘 헤어지면 아쉬운 마음 운동회 날 모여든 사람들 흥겹게 어우러진 힘찬 박수 함께 지른 큰 함성 그대로 두고 흩어져가는 발걸음 파란 하늘 보며 웃어주는 해바라기랑 코스모스랑 시들어가고 아름다운 단풍 바람에 날리면 가슴에 스며드는 허전한 느낌 자고 나면 얼굴 마주치며 웃고 지내던 옆집 소꿉친구 순이 결혼하여 멀리 떠나간 이별 초가을 지나면 늦가을 햇살은 반짝이며 미소를 보내고 아침저녁 옷깃을 스치며 시원스레 부는 바람도 이제는 싸늘한 바람 바람에 밀려오는 허무함 구름인지 어두움인지 하늘빛은 무겁게 변해가고 200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