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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492

이게 아닌데 / 장광규 이게 아닌데 靑心 장광규 큰 바늘 작은 바늘 움직이며 시간만 맞으면 되는데 값비싼 시계를 내보이며 이 정도는 차고 다녀야 한단다 운행하기 주차하기 작은 승용차가 마음에 드는데 이게 뭐냐며 큰 차로 바꾸라 한다 간편한 옷차림이 좋은데 넥타이에 정장을 해야 사람이 점잖게 보인단다 고급 음식점에서 외식도 하고 팁 주며 비싼 술도 마시고 야외로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며 살아가란다 겉치레로 덮는 것은 싫어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삶인 줄 알았는데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걸맞게 살아야 한단다 혼자 생각대로만 생활할 수 없는 혼자 편한 대로만 행동할 수 없는 세상살이의 조화와 순리인데 요즘 사는 모습 속에는 이게 아닌데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아 머리가 어지럽다 2005. 9. 22.
고향에 서서 / 장광규 고향에 서서 靑心 장광규 사람이 사람을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내버려 두면 따돌림당하는 사람은 혼자된 느낌이네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사람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따돌림이 우리가 태어난 땅에서도 나타나니 서운한 마음 아쉬운 마음이네 어릴 적 뛰놀던 곳 떠나 살면서 어쩌다 한 번쯤 찾아올 때면 촌로들의 반김만 있을 뿐 아이들 노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산천은 등 돌린 채 먼 곳만 바라보고 있네 바쁜 일상에 매달려 잠시 잊었지만 그리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겠는가 언제나 변함없이 가까이하고픈 포근한 너의 품과 다정한 나의 마음으로 처음처럼 우리는 서로 어울리며 웃음의 꽃은 피어나야 하기에 나그네 너의 곁으로 자주 오련다 이제 돌아서서 마주 보며 포옹하자 2005. 9. 22.
아이들은 몰라요 / 장광규 아이들은 몰라요 靑心 장광규 어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도 모락모락 나는 김을 호호 불며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에도 높은 온도로 물을 끓여내는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서도 '아! 시원하다' 나이 든 어른들은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면서도 시원하게 만든 차가운 요리를 맛보면서도 무더운 찜통더위에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도 '아! 시원하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하는 말은 똑같다 '아! 시원하다' 2005. 9. 22.
대서 / 장광규 대서 靑心 장광규 소서와 입추 사이 양력 7월 23일경에 드는 절후 대서는 큰 더위라는 뜻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돼 '더위에 염소뿔이 녹는다'는 속담이 있듯 큰 더위가 이어진다 이 시기는 중복 때이므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며 장마전선이 형성돼 비를 뿌리며 불쾌지수가 높다 참외랑 수박이랑 맛있는 과일이 풍성하게 나오는 철이기도 하다 2005. 9. 22.
가고 싶은 곳 / 장광규 가고 싶은 곳 靑心 장광규 저 고개 너머에 여유로운 들판 조그마한 마을 하나 옹기종기 길을 모르는 것도 먼 곳도 아닌데 마음다짐 마음대로 지켜지지 않아 간다 간다 하면서 못 가는 현실 그 조그마한 마을에 계절이 줄을 서서 오고 가면 비랑 눈이랑 기다리지 않아도 내리고 바람은 산들산들 신바람 소리 꽃은 향기로 피고 새들은 지저귀고 냇물이 졸졸졸 맑은 노래 부르면 산은 야호 야호 메아리치며 여름이면 여름을 느낄 수 있고 겨울이면 겨울맛이 나는 곳 동네 사람 함께 어울리는 사이 만나면 웃으며 반가운 인사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평화롭고 정겨운 모습 주고받는 이야기 촌스러워도 두고두고 기억될 진실들 이어오고 이어갈 영원한 뿌리 2005. 9. 22.
양계장으로 간 닭 / 장광규 양계장으로 간 닭 靑心 장광규 자식같이 가족같이 지내며 아침에 문 열어주면 앞다퉈 밖으로 나와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자라나는 잡초를 뜯어먹었지 땅에서 벌레도 잡아먹고 구구구 불러 주는 모이도 먹었지 저녁이면 다시 닭장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잠을 자기도 했지 어느 날 양계장을 만들더니 그곳으로 보내졌지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처럼 군대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처럼 틀에 박힌 단체생활을 하면서 알을 만드는 노동을 하고 있지 자연과 가까이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자유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날개의 기능이 퇴화해가고 사람들의 사랑이 자꾸만 멀어져 가지 2005. 9. 22.
곡우 / 장광규 곡우 靑心 장광규 청명과 입하 사이 양력 4월 20일경에 드는 절후 곡우는 봄비가 내리는 날이라는 뜻으로 이 무렵엔 비가 자주 내려야 농작물이 잘 자라고 기름지게 된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속담이 있듯 비를 기다리며 풍년을 기원한다 이때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 나무에 수액을 받아 먹으며 건강도 챙긴다 조석으론 차가운 기온이지만 낮으로는 여름 날씨를 보이기도 한다 2005. 9. 22.
성에 대하여 / 장광규 성에 대하여 靑心 장광규 전파를 타고 흐르는 자연스러운 언어들 몽정 월경 자위행위 성교 성(性)에 대하여 말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며 입 다물고 쉬쉬해야만 품위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지 세상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 성에 관한 상식이나 경험을 숨기는 것이 못나고 뒤떨어진 사람이 될 정도로 자꾸 변하고 바뀌어가지 태어날 때부터 호호백발이 될 때까지 성의 좋은 느낌을 간직하면서 꾸준히 사랑을 나누며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의 활력소가 된다지 중요한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고 성욕을 참을 줄도 아는 정상적인 행위를 인간만이 지킬 수 있다는 것이지 2005. 9. 22.
행복한 만남 / 장광규 행복한 만남 靑心 장광규 지하철역에 이르면 목적지를 가려는 사람들을 개표소 앞에서 만난다 더러는 한두 번 보기도 했겠지만 날마다 얼굴들이 낯설다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면 힘이 솟는다 그들의 모습에는 밝은 웃음이 있다 삶을 일구러 가는 발걸음 걸음마다 희망과 보람을 가득 간직한 느낌이다 하는 일 하는 곳은 다 달라도 열심히 몸과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서로 대화는 없어도 서로 마주치지 않아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좋다 일터에는 함께 일하는 얼굴들이 있다 같은 생각 같은 일이 있다 때론 같은 일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부대끼며 헤쳐나가는 즐거움도 있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이 있다 매일 마주 보는 얼굴이지만 떨어졌다 다시 만나.. 200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