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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앞에서 / 장광규 빌딩 앞에서 靑心 장광규 산에는 큰 소나무 작은 소나무 아주 작은 소나무 오래된 소나무 산새들 노래 속에 솔향기 그윽한 행복한 어울림 요란한 도시 빌딩 사이 큰 가지 잘려 나가 장승이라 불러야 할 상처 투성이 소나무 가족과 헤어져 넋 잃고 사흘에 죽 한 모금도 못 먹은 사람처럼 맥없이 서 있는 몇 그루 무엇하러 왔느냐 정에 목말라 우는 외로운 소나무야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고 있을 곳도 못 된다 왔던 곳으로 어서 돌아가렴 2009. 9. 23.
돈을 보면 / 장광규 돈을 보면 靑心 장광규 돈이 없어 넉넉하게 용돈 한번 못 준다며 항상 아쉬워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있다 일하기는 기꺼이 하고 돈 쓰기를 무서워하라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 사람을 따라와야지 사람이 돈을 쫓아다니면 안 될 일 너무 돈 돈 돈 하지 말아라 무엇이든 귀하면 대접받고 흔하면 천대받기 마련 가진 돈 많지 않아 사고 싶은 물건 제때에 못 사고 하고 싶은 일 맘대로 못하지만 갑자기 큰돈을 벌면 돈이 돈 같지 않아 살아가는 재미가 덜할 것 같다 2009. 9. 23.
비가 내리는데 / 장광규 비가 내리는데 靑心 장광규 온다 비가 온다 드디어 내린다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도 흙먼지 날리는 밭에도 나무는 꼼짝 않고 제자리에서 좋아라 비를 맞고 꽃은 변함없는 얼굴로 부드럽게 웃으며 반긴다 바위는 묵직한 몸으로 말없이 몸을 적시고 풀들은 초록의 깔판이 되어 비가 다칠까 조심스레 받는다 흙은 낮은 자세로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보듬는다 만물은 촉촉이 젖는데 사람들은 맞지 않으려고 접어두었던 우산을 펼친다 손이 있어 우산을 들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비가 안 내린다고 소리칠 때도 내린 비를 식수로 사용할 때도 오직 한 곳 입으로만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 9. 23.
역습 / 장광규 역습 靑心 장광규 계절이 이상하다 기온은 자꾸만 상승하고 여름철은 정신을 잃었는지 끝없이 길어지고 한없이 가물다가도 비가 오기 시작하면 장마철처럼 내리고 여름인 듯 겨울인 듯 계절의 문턱도 없어지고 계절이 변덕을 부리니 식물도 몸살을 앓는다 없던 풀이며 나무가 나타나니 잘 자라던 나무 사라지고 피던 꽃 보이지 않는다 온갖 쓰레기 지구에 버리고 땅을 마구 파헤쳤다 물은 흔전만전 사용했고 맑은 공기를 오염시키며 너무 심한 공격을 했다 자연스러운 계절의 흐름은 멈추어 겨울철만 계속될 것 같기도 하고 여름철이 계속될 것 같기도 하고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 같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2009. 9. 23.
지갑 속의 돈 / 장광규 지갑 속의 돈 靑心 장광규 지갑 속에 지폐 몇 장 들어 있다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디서 왔는지가 관심사는 아니다 점포 앞 노상에서 장사하는 할머니가 꼬깃꼬깃 번 돈이거나 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사람이 기분 내며 팁으로 냈던 돈이거나 한국은행에서 바로 온 손때 묻지 않은 빳빳한 돈이거나 똑같은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쓰는 곳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크기와 무게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내 지갑에 있다고 내 것이 아니며 발이 없어도 잘 돌아다닌다 아니 안 보이게 날아다니는 것이다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쓰는 사람 쓸 곳에 쓰고 받는 사람 기분 좋게 받을 수 있게 필요한 곳 요긴한 곳으로 생명력 있게 돌고 돌아야 한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듯이 지갑 속에 오래.. 2009. 9. 23.
소가 있는 풍경 / 장광규 소가 있는 풍경                      靑心 장광규  햇빛 좋은 양지쪽 소 말뚝에 듬직한 어미 소 여유롭게 움직이고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까치 서너 마리 땅으로 앉았다 하늘로 날아올랐다 여유로운 모습이다 털갈이 털을 긁어가며앞으로 옆으로 돌면서 소를 살피는 아저씨 오가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얼굴엔 웃음과 희망이 가득하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풍년을 꿈꾸는 마음들 봄은 오고 있다 2009. 9. 22.
소는 / 장광규 소는 靑心 장광규 소를 가족처럼 생각했지요 사랑채 한 간 외양간 만들어 소에게 주었지요 여름에는 시원하게 지내고 겨울엔 포근히 지내게 했지요 아침저녁으로 쇠죽 끓여 배고프지 않게 먹였지요 소와는 친구같이 지냈지요 논밭에 일하러 갈 때 소를 앞장 세워 들판으로 가 자유롭게 풀 뜯어먹게 했지요 편히 쉴 수 있게 쇠파리도 쫓아 주었지요 더우면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함께 즐기기도 했지요 소는 효자였지요 논갈이 밭갈이할 때 몸 아끼지 않고 쟁기질했지요 짐 가득 싣고 비탈길 꼬부랑길 따라 5일장에 갈 때도 소는 달구지를 끌고 다녔지요 큰 소 되면 내다 팔아 송아지로 바꾸고 남은 돈으로 아들딸 학교 보내고 결혼할 때 혼수 장만했지요 논 사고 밭 살 때 보탰지요 2009. 9. 22.
열 달이구나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네가 태어난 지 열 달이다 지난번 왔을 때 귀여운 모습 보여줬는데 다음 만날 때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겠지 이젠 혼자 일어서고 걷는 모습도 보여줘야지 네가 태어난 날부터 30일씩 한 달을 잡으니 돌이 될 때는 5일 정도가 맞지 않아 오늘을 열 달이 되는 날로 했다 돌이 두 달 남았구나 기온이 고르지 못한 이때 항상 건강하여라 사랑스러운 손자야! 2009년 9월 16일 2009. 9. 16.
신종플루가 두렵다 / 장광규(張光圭) 신종플루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갈 때 우리는 남의 나라 일로만 알고 괜찮겠지 했다. 그러던 것이 한 사람 두 사람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많은 수의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생기기 시작했다. 신종플루는 무서운 전염병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믿을 수도 없고 불안하다. 오늘 현재 우리나라 신종플루 환자는 급속히 늘어나 6,000명을 넘어 최상위 경보를 발령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신종플루 치료를 경험한 전문가가 없어 제대로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도 들린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밖에 나갔다 집에 들어오면 손을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재채기를 .. 2009.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