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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숙제 / 장광규(張光圭)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니까 아주 오래되었다. 담임선생님은 이야기해 주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학과 진도를 빨리 나간 다음 나머지 시간은 이야기 시간으로 채웠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꼭 칠판에다 우리나라 지도를 중국 그리고 러시아까지 그려놓았는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중에 '거짓말과 우산'이라는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거짓말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꼭 필요한 때에만 사용하라고 했다. 사람이 평생 동안 세 번 정도는 거짓말을 해야 할 운명에 처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점이다. 물론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하고 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좋은 토양이나 좋.. 2009. 8. 4.
큰아들의 휴가 / 장광규(張光圭) 8월 1일부터 휴가가 시작되었다 날씨가 여름 같지 않고 시원하더니 이젠 여름다운 날씨를 보인다 해수욕장으로 산으로 바다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간다 큰아들은 올해 휴가는 현민이가 어려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서 지내기로 한다 어제 이곳으로 와서 함께 지낸다 회사 일은 잠시 잊고 마음 놓고 편히 쉬었다 가거라 현민이가 많이 컸는데 먼저 왔을 때 보다 낯가림이 더 심하다 누가 장가(張家) 아니랄까 봐 현민아! 낯가리지 말고 활발하게 놀다 가거라 2009년 8월 3일 2009. 8. 3.
팔월이다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벌써 팔월이구나 팔월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타오름 달'이라고 한다 하늘에선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이란다 여름이라곤 해도 지금까진 그리 덥지 않아 지낼 만했다 팔월에는 열대야며 태풍이 찾아와 본격적인 여름 날씨를 보이겠지 하지만 이달 중순에 말복이 있어 말복 지나면 더위도 차차 물러날 거야 손자 현민아!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더워도 잘 놀고 있겠지 어려서는 건강이 최고다 잘 먹고 잘 노는 것 그리고 잘 자는 것 그게 네가 할 일이다 만날 때까지 잘 지내거라 2009년 8월 1일 2009. 8. 1.
오늘의 날씨 / 장광규(張光圭) 옛날 어느 산골에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가 있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눈이 내릴 것, 강풍이 불어올 것까지도 미리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일기예보(?)가 신기하게도 거의 다 들어맞았다. 소문이 서울에까지 알려져, 지금으로 말하면 기상청에 특채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근무하게 된 후로 예전의 그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엉뚱한 예보, 엉터리 예보만 수없이 해댔다. 고향에 있을 땐 무명으로 만든 옷을 입고 무명 허리띠를 사용했는데, 서울에 와서는 양복에 가죽 허리띠를 사용하며 생활하게 되었다. 문제는 의복에 있었다. 특히 허리띠에 비밀이 있었다. 들판에 나가 일하면서, 땀 흘리고 때로는 비도 맞으며 매고 다닌 허.. 2009. 7. 26.
현민이는 바빠요 / 장광규(張光圭) 현민이는 나의 사랑스러운 손자다. 아침 일찍 혼자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을 뒤지며 놀고 있다. 잠도 덜 깬 현민이에게 엄마가 넥타이를 매어준다. 넥타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직도 잠이 덜 깬 표정이 어둡다.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다른 색상의 넥타이로 바꿔본다. 이제야 잠에서도 깨어나고, 기분이 좋은지 웃는다. 아빠랑 함께 출근하고 싶어 넥타이를 하는지? 어른이 되기 전에 미리 넥타이 매는 연습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엔 다른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에는 걸어 다닐 때 주려고 준비해 둔 신발도 있다. 가구를 붙잡고 선다. 신발을 자랑하려나 보다. 아직은 걷지 못하고 신발을 신고 서 있기만 한다. 서서 가만히 생각하고 있을 거다. '이젠 어떤 것을 꺼낼까' '무엇을 만지며 놀지' 하고 말이다... 2009. 7. 26.
아이는 웃음이다 / 장광규(張光圭) 몇 달 있으면 첫돌이 되는 손자 떨어져 살고 있지만 보고 싶을 때 만나면 반갑고 즐겁다 이 방 저 방 기어 다니며 온갖 물건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화장대를 붙들고 일어서서 놀다 어느새 저쪽으로 간다 위험한 것 만져 다치지나 않은지 잘못해 넘어지지 않은지 한눈팔지 못하고 따라다닌다 생김새도 그렇고 노는 모습도 똑같아 하는 행동까지 어릴 적 큰아들을 쏙 빼닮았다 손자가 오는 날이면 삼십여 년 전 아들을 키우던 추억으로 손자를 돌보는 재미가 있다 2009년 7월 25일 2009. 7. 25.
서울 지하철 9호선 개통 / 장광규(張光圭)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오늘 개통했다. 개화역에서 신논현역을 오가는 9호선이 오전 7시부터 순조롭게 운행하고 있다. 지하철이 빠르고 편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익숙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불편하다. 처음 찾는 사람은 지상에 있는 것도 찾기 어려운 데 지하에 있으니 더 어렵지 않겠는가? 무엇이든 알고 나면 쉽지만 모를 때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비스의 질도 개선되고 승객들의 의식도 향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 분이 출입문 쪽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의자에 앉아있던 젊은 사람이 일어나더니 여기 앉으라고 자리를 권한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는 다음 정차역에서 내린다고 하며 양보한 자리에 앉기를 사양한다. 그런데 몇 정거장.. 2009. 7. 24.
복더위에 / 장광규(張光圭) 손자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삼복더위에 장마까지 겹쳐 지루한 시간이 되었을 것 같구나 만나니 반갑다 많이 컸구나 음식을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 바란다 손자 현민아! 빗속에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보고 싶었다 얼굴을 보며 안아보니 시원하다 내일 오후에는 가겠지 잘 놀고 낮잠도 자고 푹 쉬었다 가거라 2009년 7월 18일 2009. 7. 18.
계절 속에서 / 장광규(張光圭) 손자 현민아! 삼복더위 속에 비도 자주 내린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오랫동안 못 만나니 기다림에 더욱 보고 싶다 너의 재롱도 많이 늘었을 텐데 만나서 보고 싶구나 보고픈 현민아! 네가 우리 곁으로 온 지 팔 개월이 되는 날이구나 추울 때 태어나 눈 내리는 겨울을 넘기고 꽃피고 새우는 봄도 지나고 이젠 햇빛이 뜨거운 여름이다 계절을 타지 않는 건강함으로 잘 먹고 잘 놀며 잘 자라기 바란다 2009년 7월 15일 2009.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