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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수리 중 / 장광규(張光圭) 뜨거운 불가마가 있어 지내기 아주 불편한 곳이 지옥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고 나면 늘어나는 찜질방 사우나에 영향을 받아, 지옥을 고치지 않고서는 지옥이라는 말을 못 듣게 될 처지에 놓였다. 찜질방을 자주 다녀 높은 온도에서도 "어, 시원하다."며 잘 견디고 있어, 사용 중인 불가마 온도를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낡은 지옥을 현실에 맞게 고치기 위해 내부수리를 하고 있다나. 우리, 정직하게 살자. 2011년 9월 2일 2011. 9. 2.
형이 된 꼬마 / 장광규(張光圭) 네 살 먹은 꼬마에게 동생이 생겼다.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로 쏠린다.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긴 꼬마는, 동생을 꼬집기도 하고 귀찮게 한다. 꼬마가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며,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이런 말을 하며 달랜다. '너는 형이야, 형은 동생을 예뻐하고 돌봐주는 거야.' '응, 내가 형...' 형이란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좋아한다. 그 뒤로 꼬마는 형이 된 걸 자랑이라도 하듯, 아무에게나 자기를 형이라 말한다. '할아버지 여기 있어. 형이 과자 사 올게.' 꼬마는 이제 할아버지에게도 형이 되었다. 2011년 8월 29일 2011. 8. 29.
세월은 흐르고 / 장광규 세월은 흐르고 靑心 장광규 하고 싶은 일 할 수 없어 좌절도 하고 하는 일 마음대로 되지 않아 원망도 했다 없는 것 모자란 것 너무 많아 부족함을 탓하며 슬퍼하기도 했다 진로문제로 고민하다 방황도 하고 어디론가 꼭꼭 숨어버릴 생각도 했다 구설수에 휘말려 진땀을 빼기도 하고 엉뚱한 오해로 곤욕을 당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걱정하느라 잠 못 이루며 뒤척이기도 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잊힌 사람 만나 세상이 넓고도 좁아 놀라기도 했다 바라던 일 잘되어 신나게 웃기도 하고 크고 좋은 일 생겨 자랑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일 적성에 맞는 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달리기도 했다 행복이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인 양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즐거워하기도 하고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던 일 짧은 시간에 쉽게 해결해 기뻐.. 2011. 8. 17.
더운 생일 / 장광규(張光圭) 계절 타령은 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 더울 때 태어났나 보다 생일이 한여름에 들었으니 더울 때 태어난 게 분명하다 그래도 돼지니까 괜찮아 돼지띠로 태어났으니 다행이야 그때 그날을 살펴보니 양력 9월 2일이더군 양력으로 찾으면 덜 더울까 찰밥이 먹고 싶다 미역국이 먹고 싶다 어머니가 손수 만든 음식이 먹고 싶다 못 먹으니 생각난다 그런 날이 생일이다 2011년 8월 17일 2011. 8. 17.
더위에 태어나 / 장광규(張光圭) 아내는 나더러 무더운 계절에 태어났다고, 그래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한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이다. 그러나 태어나는 것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생일이 돌아왔다. 수원에 살고 있는 큰아들은 중국에 출장 갔다 바로 집으로 오고, 작은아들은 저 아래 구미에서 근무하다 달려왔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자리에 모이기가 힘들지만, 이런 날이 되어야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어 좋기도 하다. 큰손자도 보고 둘째 손자도 보니 반갑고 사랑스럽다. 사실 더위에 움직이게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한바탕 떠들썩하더니 모두 떠나가고 나니 조용하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하게 생활하자. 2011년 8월 15일 2011. 8. 15.
수염을 깎으며 / 장광규 수염을 깎으며 靑心 장광규 거울 앞에 선다 나는 보이지 않고 흐르는 세월만 보인다 면도기를 챙겨 얼굴에 댄다 수염이 잘게 잘려 나간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그제야 누군가가 나타난다 많이 본 듯한 얼굴 나를 나를 본다 나를 간직하고 싶어 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어 아침마다 수염을 깎는다 꼼꼼하게 수염을 다듬으면 세월도 감동해 쉬엄쉬엄 가리라 거울아! 나를 향해 크게 웃어다오 나도 너를 보고 활짝 웃으련다 2011. 8. 4.
둘째 손자의 백일사진 / 장광규(張光圭) 둘째 손자의 모습 큰손자와 함께 있는 둘째 손자 2011년 7월 29일 2011. 7. 29.
작은아들의 휴가 / 장광규(張光圭) G건설에 다니는 작은아들이 7월 21일부터 2011년 여름휴가를 얻어 어제 먼 곳 구미에서 집으로 달려왔다. 오늘은 라식수술을 받아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서 조심스럽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다행히 기온도 높지 않고 햇빛도 나지 않아 눈 수술하고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안경을 끼는 불편이 영원히 사라지고 안경 없이 생활하는 자유로움이 있길 바란다. 삼복이라 찜통더위가 계속되겠지만 7월 27일까지 남은 휴가기간 동안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1년 7월 22일 2011. 7. 22.
둥지 / 장광규 둥지 靑心 장광규 즐거워도 괴로워도 마음속에 고향이 있는가 지치고 외로울 때 손짓하는 어머니 품 같이 포근한 곳 넓고 든든하게 반겨주는 따뜻한 고향을 잊지 못하는가 떠난 적도 떠날 생각도 없는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겠다며 삶을 찾아 떠나 사는 사람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 향수를 모르는 사람들 버릴 줄 몰랐던 옛날이여 떠나와 외로워하는 오늘이여 잊혀 낯설어질 내일이여 대를 이어온 고향에서 물소리 새소리 벗 삼아 꿈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는가 몸은 멀리 떨어져 마음만 두고 온 고향을 느끼고 있는가 새로운 둥지를 틀려고 마땅한 곳을 찾고 있는가 2011.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