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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은 갔어도 / 장광규(張光圭) 휴가철이다. 휴가철이면 잊히지 않는 아주 오래된 추억 하나가 있다. 시골서 자란 촌놈이 서울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그때는 가정방문을 하면서 책을 판매하고, 직접 책도 배달하고 수금도 하는 출판사가 많았다. 그런 회사에 다니게 되었는데 여름휴가를 얻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해 여름도 무척이나 무덥던 팔월 초순이었나 보다. 삼 일간의 휴가가 시작되었으나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고향을 다녀오기로 했다. 같이 가게 될 일행도 없고 고향역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심심하고 지루할 것 같아 신문과 주간지를 사 들고 영등포역을 찾아 아침 일찍 열차에 오르게 되었다. 더운 날씨지만 조금은 들뜬 기분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른 열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향에는 농사일 거드시느라 .. 2005. 9. 21.
하나를 꿈꾸며 / 장광규(張光圭) 1978년 1월 10일 남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다. 2005. 9. 21.
예행연습 / 장광규(張光圭) 예행연습 무덥던 칠월 하순 어느 날 짧은 백일 휴가 다녀간 뒤 네 생각 하도 나서 의정부 포천 신철원을 거쳐 문혜리 동막리를 찾아 근무하는 부대 앞까지 갔다 그날 비가 많이 내리고 아빠의 운전도 서툴고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멀지도 지루함도 느끼지 못했다 좋은 날 잡아 면회 가려고 미리 한 번 연습을 해본 것이다 물어 물어서 가는 길이었지만 짜증 나지 않고 가벼운 마음이었다 부대 앞에서 너의 모습을 그리며 보고 싶은 마음 꾹꾹 누르고 엄마 아빠는 다시 집으로 왔다 약도를 만들고 또 지우고 다시 고쳐 그려보고 코스를 익히기 위해 시간 나면 그 길 따라가다가 돌아오고 와서는 약도를 다시 펼쳐본다 팔월 하순 토요일에 엄마 아빠는 지성이랑 드디어 너를 만나러 간다 음식도 장만해 가고 이것저것 준비 중이다 큰아들아.. 2005. 9. 21.
군인이 된 아들 / 장광규(張光圭) 군인이 된 아들 골목길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다 어느 틈에 도로로 나가 지나가는 시내버스에 교통사고가 날뻔했다고 성미 급한 운전기사 아저씨 집으로 찾아와 고래고래 소리 지르게 만든 큰아들이 군대에 갔다 언제까지나 철없는 어린애일 줄 알았는데 세월은 모든 걸 그대로 놔두지는 않았다 대학교 다니다 휴학하고 군입대 강원도에서 훈련받고 그곳으로 배치받아 얼룩무늬 옷 입고 국방의 의무 다하며 고향 생각 가족 생각 날마다 나겠지 체력이 약한 것 같은데 군대생활 잘하고 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걱정된다 백일 휴가라 부르는 첫 휴가 오기 전에는 면회도 안되고 외출 외박도 없다는 현실 부모의 마음으론 답답할 뿐이다 가끔 걸려오는 전화통화로 소식은 듣지만 직접 만나서 마음껏 이야기하고 싶구나 군대생활 어떻게 적응해.. 2005. 9. 21.
방 하나의 전쟁 / 장광규(張光圭) 삼층 단독주택의 옥탑에 살고 있는 아가씨가 사정이 생겨 시골로 내려가는 바람에 방을 내놓아야만 했다. 이사철도 지나고 방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쉽게 나갈까 걱정이 앞선다. 부동산중개소에 내놓는 것보다 생활정보지에 올리기로 하고 전화를 했다. 다음날 아침 생활정보지를 꺼내다 보니 옥탑방의 월세 정보가 올라 있었다. 오전 열 시쯤 되었을 때 방에 대하여 물어보는 첫 전화가 왔다. 그 뒤로 계속해서 방을 보겠다는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옥상에 있는 방은 거의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은 방이다. 그래서 혼자 살겠다는 사람, 여자보다는 남자를 두기로 했다. 헛수고 안 하게 전화로 자세히 가르쳐주고 물어보도록 한 다음 방을 보러 오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화로 '방 내놓았습니까?' 하는 말만 물어보고는.. 2005. 7. 21.
생활 속의 소망 / 장광규(張光圭) 차를 타고 속력을 내서 달리는 것도 아닌데 지나고 보면 빠른 게 세월이다. 붙잡을 수도 없고 속도를 줄일 수도 없는 것이 시간이다. 우리는 그 흐름 속을 일터와 가정을 조금은 바쁘게 오가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해가 시작될 때쯤이면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면서 생활해 나간다. 지난해 세웠던 계획들을 실천했건, 도중에 흐지부지하고 말았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버릴 건 버리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일들은 내일을 위하여 다시 생각하고 실천해 보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이번 겨울이 춥지 않고 포근할 거라는 기상예보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현재까지 여기저기서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록적인 폭설과 .. 2005. 4. 21.
일기 쓰기 / 장광규(張光圭) 이제는 초등학교라 부른다. 그러나 그때 국민학교라 부르며 함께 공부했던 아이들의 음성과 모습이 그립다. 그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 때면 과제물로 일기 쓰기가 빠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한 다음 세수를 하고 식사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 만나 놀았다. 뒷동산에 올라가 매미도 잡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공부를 조금 하다 일찍 꿈나라로 갔다. 과제물을 본 선생님은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며 힘주어 말씀하셨다. '하루 있었던 일 중에 기억하고 싶거나 느낀 점, 하고 싶은 일 등을 한 가지만 선택해 글을 쓰는 법을 길러라. 그게 일기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고 세수하고 밥 먹고 학교 가고 숙제하고 친구하고 놀았다는 줄거리로 반복되는 일기를 써댔다. 선생님은 또.. 2005. 3. 21.
5월에 / 장광규(張光圭) 어느 학원에서 선생님이 묻습니다. '너희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학생들이 대답을 합니다. '저는 어머니가 될래요' '저는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웃자는 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어수룩한 대답도 아닙니다.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식을 버리는 비정한 어머니, 가족을 돌보지 않은 매정한 아버지, 늙은 부모를 모시지 않는 아들딸들. 눈 뜨고 보고 있는 현실이 아닙니까? 가정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참다운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한 가정의 든든한 기둥이 되는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2001년 봄 2005. 3. 21.
자들 좀 봐라 / 장광규(張光圭) 자(者)들 좀 봐라. 여의도에 가면 지붕이 둥그스름한 건물 안에서 국민을 위하여 일한다는 사람들, 겉으로는 그런 척 하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속한 당에서 하는 일은 무조건 잘한 일이고, 상대편 당에서 하는 일은 전부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고 오늘도 헐뜯기만 하고 있다. 여(與)들아! 한판 붙을래. 야(野)들아! 그래 붙자. 그렇게 세월을 보내면서 언제 국민을 위한 일다운 일을 하려는지 걱정스럽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 소속 당 또는 개인 실속이나 채우려는 그 자(者)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정말 한심하다. 이 자(者)나 저 자(者)나 속셈을 알 수 없다. 2000년 3월 1일 2005.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