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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심(心)이다104

시집에서(7) / 장광규 포근함 靑心 장광규 아내가 시장에 나가 감자를 사 오는 날이면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수수한 모습으로 정을 주며 하지 무렵에 수확한다 하여 하지감자라 부르기도 하지 잎이랑 꽃이랑 웃음을 잃고 시들어갈 때쯤 엄마랑 아빠랑 함께 일요일 아침 감자를 캐노라면 조약돌처럼 둥글둥글한 것들이 슬며시 툭툭 불거지는 재미는 소풍날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었지 삶으면 더욱 순하고 부드러워 아이들의 간식이 되기도 하고 어른들이 새참으로 먹기도 했는데 오늘은 감자볶음으로 만나고 내일은 감잣국으로 올 모양이다 2021. 10. 1.
가을과 시집 / 장광규 날씨도 선선하고 밤이 길어지면서 책 읽기에도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여기 장광규의 시집과 서현숙 시인의 시집을 소개합니다. 장광규는 "시는 꽃이 된다"에서 푸른 세상, 밝은 희망을 그려보려고 했습니다. 웃음을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과 진실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서현숙 시인은 '가슴이 뛰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합니다. 시인의 행복한 마음으로 제1시집에 이어 제2시집 "오월은 간다"가 태어났습니다. 2021. 9. 17.
시집에서(6) / 장광규 반반의 의미 靑心 장광규 하루가 너무 지루할까 봐 낮과 밤으로 갈라놓았지 인류는 영원하라고 여성과 남성이 존재하지 수없이 오고 가는 길 중앙선을 두어 구분하였지 우리들 몸에는 왼쪽과 오른쪽이 있어 중심을 잡고 지낼 수 있지 조화롭게 반반인 것을 어찌 다 손꼽을 수 있겠는가 삶 속의 행복 기쁨을 주고받는 사랑 그리고 이 세상 많은 것이 한쪽으로 너무 기울지 말고 균형을 유지하라고 하나가 아닌 반반이지 노력하며 채우라고 반반으로 되어 있지 2021. 9. 10.
시 낭송 / 대한문인협회 https://youtu.be/8P2sLTvjVpU 거울 앞에서 ​ 시 / 장광규 낭송 / 최명자 ​ 거울 밖에서 거울 안으로 가만히 눈길을 보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낯익은 누군가가 떠오른다 외롭고 보고플 때 언제라도 달려가 품에 안기면 따뜻하게 반겨줄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다 ​ 나의 생김새에서 나의 움직임에서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둥근 얼굴이며 넓은 이마 크지 않은 귀에 두툼한 입술 웃으면 작아지는 눈까지 세월이 흐를수록 자꾸 어머니 아버지를 닮아간다 ​ 거울은 영원한 세상 거울 앞에 서면 진실을 느낀다 ​ ​ 2021. 8. 27.
시집에서(5) / 장광규 물 靑心 장광규 높은 산 깊은 계곡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 물이 흐른다 하늘빛을 닮아 꼬옥 껴안고 싶은 물이 흐르고 있다 저 물속에 들어가기만 해도 몸이 깨끗해질 것 같은 맑은 물 깨끗한 물 산속의 물 새소리 바람소리 산 내음 2021. 8. 13.
시집에서(4) / 장광규 우산 靑心 장광규 백수건달도 아닌데 하늘이 맑은 날에는 방 안에서 잔뜩 찡그린 얼굴로 지내다 비만 내리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헤헤 웃으며 비를 맞으며 밖으로 돌아다니는 신세다 이때 친구들 만나 이마를 마주칠 기회가 생기지만 기쁨의 순간은 스쳐 지나간다 당당하게 앞장서 나가는 날도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면 말 못 하는 분실물이 되어 낯선 사람의 손에 이끌려 가기도 하고 미아가 되어 헤매다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 같아서 재수 없으면 하루살이가 되기도 하고 탈없이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여러 해 몸을 활짝 펴며 살려면 무병장수하는 천운을 타고나야 한다 2021. 7. 30.
시집에서(3) / 장광규 돈 靑心 장광규 돈 돈 돈 아주 많아도 탈 너무 없으면 병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곳저곳으로 빙빙 돌고 돌아 아깝지 않다는 듯 물쓰듯 쓰기도 하고 꼭 필요할 때 쓸 돈이 모자라 고민하며 머리가 돌고 있어도 없어도 돈 돈 돈 2021. 7. 23.
시집에서(2) / 장광규 첫사랑의 느낌으로 靑心 장광규 자고 나면 만나는 사람들이여 그대는 첫사랑의 느낌을 아는지요 그 느낌을 지금 겪고 있는지요 추억 속에 접어두었다면 꺼내어 펼쳐 볼 일입니다 못 보면 보고 싶고 좋은 것 있으면 주고 싶습니다 거울을 한 번이라도 더 보며 요리조리 매무새를 살핍니다 저 멀리 모습만 보여도 좋아지고 안 보이면 혹시나 걱정이 됩니다 가까이만 있어도 행복한 마음 꽃피지 않아도 꽃이 피는 계절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운 첫사랑의 느낌으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일입니다 2021. 7. 16.
시집에서(1) / 장광규 내가 쓰는 시 靑心 장광규 내가 쓰는 시에서 호박꽃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밤이면 별들이 웃으며 반겨주고 낮에는 호박벌이 윙윙거리며 놀아주면 정말 좋겠다 나의 시는 작은 호박으로 태어나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커다란 호박이 되면 좋겠다 나의 시에서 호박의 달콤한 맛과 고향의 포근한 정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나의 시는 호박씨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 봄날 들판에 파릇파릇 자라나 노란 호박꽃으로 넝쿨 뻗고 올망졸망 열매 맺어 둥그렇고 향기로운 호박으로 사람들 곁에서 영원한 사랑을 받으면 더욱 좋겠다 2021.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