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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심(心)이다104

시집에서(16) / 장광규 달력 靑心 장광규 벽에서 일생을 보내는 달력 제자리에 모시기 전에 얼굴을 살피는 통과의례가 있다 양력으로 또는 음력으로 명절은 언제인지 짚어보고 생각나는 절기도 찾아보고 삼복더위의 시작과 끝은 어디쯤인지 연휴는 어떻게 들어있는지 기억해야 할 날짜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하며 일 년을 미리 살아본다 동이 트면서 하루가 열리고 어두워지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반복과 변화의 공존 속에서 달력을 보며 달력을 넘기며 달력을 뜯으며 세월이 간다 2021. 12. 11.
시집에서(15) / 장광규 오늘이 추억이다 靑心 장광규 '그때가 좋았지' '그때 잘했더라면' 사노라면 행복했던 일도 후회스러운 일도 추억으로 떠오르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 그때가 되는 지금 언제나 오늘이 소중하다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희망의 푸른 꿈을 안고 알찬 그림을 그리며 진실의 길을 걸을 때 추억이 찾아오더라도 반갑게 만날 수 있을 테니까 2021. 12. 4.
시집에서(14) / 장광규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동심이 된다 靑心 장광규 우리는 어린이였습니다 욕심도 근심도 없는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티 없이 맑은 미소 가을 하늘처럼 파란 마음을 가진 맑고 밝은 새싹이었습니다 떡국 한 그릇 먹을 때 나이도 한 살씩 먹어 어느 틈에 키도 커가고 몸무게도 늘어났습니다 더불어 욕심도 생겨나고 근심 걱정도 자꾸 생겼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어른이라 부릅니다 어른이 되니 욕심이 많아집니다 근심 걱정이 쌓여만 갑니다 작고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어른들의 어버이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만이라도 동심으로 살고 싶습니다 2021. 11. 27.
시집에서(13) / 장광규 태양을 보며 靑心 장광규 아침마다 커다란 웃음이다 웃음의 힘찬 걸음은 땅이며 물이며 나무 위로 소리 없이 가볍게 온다 웃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아주 싱거운 존재일 것이다 가슴이 얼마나 넓어 그리도 많이 간직했는지 웃어도 웃어도 웃음이다 변함없는 웃음으로 온 세상이 아름답다 반갑게 만나는 얼굴 낮과 밤을 만들고 계절을 만들고 분위기를 만드는 마음이 넉넉한 동반자다 2021. 11. 19.
시집에서(12) / 장광규 거울 靑心 장광규 나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사람이 안쪽에 살고 있는 걸 발견하고 좋아하게 된 보물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반기며 인사하는 순진한 친구 내가 멀리 여행을 가도 사라지거나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친구 나의 부족한 모습도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주지만 싫은 소리는 한 번도 안 하고 스스로 느끼게 하는 친구 만날 때마다 변함없고 보탬도 덜함도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친구 보는 듯 안 보는 듯 있는 듯 없는 듯 무뚝뚝해 보이는 친구 내가 웃으면 함께 웃다가 눈물을 보이면 따라 울 줄도 아는 정 많은 동반자 2021. 11. 12.
시집에서(11) / 장광규 꽃을 보며 靑心 장광규 깜짝 놀란다 저기 저 꽃밭에 붉게 피어있는 꽃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조용히 피었을까 무엇을 전하려고 이렇게 아침 일찍 왔을까 나는 긴장한다 꽃은 아무 말도 없는데 다정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저 꽃은 지난날 사랑을 느꼈던 여인의 모습이다 그때처럼 바보스럽게 말 한마디 못하고 마음으로만 좋아한다 언제쯤 내가 먼저 입을 열어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2021. 11. 5.
시집에서(10) / 장광규 시는 꽃이 된다 靑心 장광규 물 흐르듯 가는 세월 반복과 변화의 일상 속에서 꿈틀거리며 글이 태어난다 글은 다듬어져 시가 되고 시는 꽃으로 활짝 핀다 꽃의 향기는 오래 계속되기도 멀리 가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기쁨을 모아 잘 익은 열매가 된다 씨앗이 떨어져 나무로 성장하고 나무는 꽃을 만들고 꽃은 다시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자양분을 보충하는 중이다 2021. 10. 29.
시집에서(9) / 장광규 시는 생활이다 靑心 장광규 시는 생활 속에 있네 기쁜 일이거나 즐거운 일이거나 혹은 슬퍼서 울었거나 이건 아닌데 싶은 일들을 솔직하게 끄집어내는 것이네 연필만 가지고 쓸 수 있는 것도 컴퓨터만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니네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맛을 보고 귀로 들어보고 코로 맡아보고 발로 밟아보고 몸에 대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낌을 받아 고운 체에 걸러 그릇에 담아야 하네 2021. 10. 22.
시집에서(8) / 장광규 행복 靑心 장광규 누구나 원하는 행복 그게 멀리 있는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네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소소한 것이 행복이네 평범함 속에서 현재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게 행복이네 차츰차츰 좋아지며 보람을 느끼는 게 행복이네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힘쓰며 생활하는 게 행복이네 기뻐할 줄 알고 슬퍼할 줄 알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큰 슬픔 큰 아픔 없게 살아가는 게 행복이네 2021.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