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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2년 / 장광규(張光圭) 작은아들아! 가을은 깊어만 간다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며 직장 생활하느라 수고한다 2년 전 오늘은 형이 결혼한 날이다 두 살 위인 형과 너는 항상 2년의 세월을 두고 같은 길을 걸어왔다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입학도 그랬고 졸업도 그랬고 2년이 어긋나지 않았다 군대도 역시 2년 차이 취업도 마찬가지 2년 간격 그런데 결혼만큼은 2년의 틀이 깨지는구나 올해 결혼하면 좋으련만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하다 결혼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여라 늘 건강하기 바란다 2009년 10월 28일 2009. 10. 28.
열한 달이다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오늘은 네가 태어나 열한 달이 되는 날이다 아랫니 두 개가 솟아나고 혼자 일어서서 몇 걸음씩 걷기 시작하고 가끔 '아빠'소리를 하고 어른들이 하는 걸 보고 흉내를 낼 줄도 아는 귀여운 손자야 한 달 후면 첫돌이구나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 그때는 더 크거라 할아버지가 글을 만들어 너의 돌잔치 때 축하하며 읽어주련다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 건강하게 지내기 바란다 사랑스러운 손자야! 2009 10 18 2009. 10. 18.
추석이다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정말 반갑다 네 모습 보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감기로 고생했는데 이젠 건강한 모습이구나 날씨도 좋고 보름달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계절이다 너는 처음으로 맞는 추석 명절이구나 명절은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자 어제는 재미있게 놀았는데 오늘도 함께 놀아보자 귀여운 손자야! 2009년 10월 3일 2009. 10. 3.
성장하면서 / 장광규(張光圭) 현민아! 감기 증상이 있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된다 열도 난다고 해 궁금하고 너의 모습이 보고 싶구나 조금은 아플 때도 있고 조금은 다칠 수도 있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란다 비가 한번 내리더니 가을은 더욱 깊어만 간다 추분도 지나고 온갖 열매도 익어만 간다 오늘 친척집 결혼식이 있는데 아빠만 오고 너는 못 오는구나 너를 못 보니 서운하지만 어서 감기도 낫고 건강하게 잘 놀다 추석명절에 만나자 귀여운 손자야! 2009년 9월 26일 2009. 9. 26.
오늘도 이력서를 쓴다 / 장광규 오늘도 이력서를 쓴다 靑心 장광규 고향 떠나던 날 어머니는 도시에 가더라도 건강하여라 한 곳에서 진득하게 일하며 큰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라 눈감으면 코 베어간단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하셨다 근로는 생활의 기본이며 신성한 것 일터를 잡고 일하는 보람이 있다 안부 전화할 때마다 어머니는 일터에 나가는지가 관심사다 대접받지 못하는 처지이긴 해도 열심히 일하며 오래 다니고 싶다 아침이면 출근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일감이 줄어들고 일감이 줄면 사람이 남아돈다고 언제 그만두라고 할지 몰라 항상 불안한 비정규직 계속 다니고 싶은데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코는 베이지 않았지만 눈뜨고 있어도 밥줄이 잘린다 세상사 십 분의 일만 마음대로 되어도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변함없이 회사에.. 2009. 9. 23.
나그네 되어 / 장광규 나그네 되어 靑心 장광규 산과 들로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길 풀과 나무들이 무성한 깊고 조용한 산골짜기 양지바른 곳에 마을이 있네 집을 떠나 길을 걷네 태양이 밝게 찾아오는 날도 있고 비 내리며 흐린 날도 있네 웃으며 기뻐하기도 하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네 먹고 입고 잠자야 하기에 일자리를 구하러 헤매기도 하고 밤낮으로 돌아가는 기계 앞에서 졸린 눈 비벼가며 일도 했네 결혼하여 아이들이 태어나 크는 기쁨 키우는 재미도 있고 이삿짐 수없이 싸 들고 다니다 한 곳에 정착하게 된 보람도 있네 태어나 정들었던 곳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들리고 사시사철 꽃피는 마을에서 지내다 자동차 소리 빵빵거리는 도시에 머물고 있어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네 2009. 9. 23.
낙엽 / 장광규 낙엽 靑心 장광규 때가 되어 떨어져도 떨어지면 외로움을 탄다 떨어질 때 멋있게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만날 수 있어 좋았고 고마워하며 쳐다보았던 부드러운 얼굴들 주고받은 다정한 사연 아름다운 언어를 간직했다 차가운 바람에 이끌려 야윈 모습으로 마른기침하며 목적지를 향하여 미련 없이 길을 간다 언젠가 다시 올 테니까 이별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눈물 흘릴 필요는 없다 겨울 훈련으로 몸을 다듬어 더 젊고 용감한 모습으로 희망을 가득 안고 돌아올 것이다 2009. 9. 23.
내력 / 장광규 내력 靑心 장광규 삶 속에도 빛깔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집안은 장맛이 좋다거나 그 집안은 손재주가 있다거나 그 집안은 머리가 좋다거나 그 집안은 말을 잘한다거나 그 집안은 키가 크다거나 그 집안은 장수한다거나 그 집안은 술을 좋아한다거나 그 집안은 인사성이 밝다거나 혹은 유전적인 특징이 있다거나 남을 잘 도와주는 집안이거나 아무리 바빠도 서두르지 않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밖에 모르거나 깔끔하기로 소문난 집안이거나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혼사를 하거나 식사할 땐 말을 하지 않거나 저녁엔 일찍 불을 끄고 자거나 하는 2009. 9. 23.
갈라짐은 / 장광규 갈라짐은 靑心 장광규 한마음이 되지 못하고 하나가 둘로 셋으로 갈라지면 그것은 슬픔이다 남과 북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으로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늙음과 젊음으로 우리가 아닌 너와 나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라지면 좋을 것이 없다 가뭄에 갈라지는 땅을 보아도 갈라지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2009.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