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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492

가을은 빛깔이다 / 장광규 가을은 빛깔이다 靑心 장광규 그대 나에겐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어서 밖으로 나와 저기 하늘을 쳐다보아요 들판을 보아요 나무를 보아요 정말 아름답지요 저런 물감이 어디서 났는지 저 모습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펼쳐진 풍경은 정말 황홀합니다 파란 하늘 황금빛 들판 울긋불긋 나뭇잎 정신이 없을 정도로 감탄하고 놀라는 사이 가을은 곱고 진하게 물들어 갑니다 2017. 9. 29.
사랑을 하려면 / 장광규 사랑을 하려면 靑心 장광규 남을 사랑하려면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여야 한다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다 무리하지 않는 조화로운 활동 먹는 것 맛있게 먹고 마시는 것 넘치지 않게 절제하며 튼튼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쓰는 것 입는 것도 헛된 욕심을 버리고 분수를 지키는 아름다운 생각으로 평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건강한 몸 바른 마음으로 순수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을 주고받으면 참다운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 2017. 9. 22.
삼세번 / 장광규 삼세번 靑心 장광규 끝 나이 여섯 되는 해에 좋은 일이 있었다며 아내는 가끔씩 자기 끝 나이 여섯 살은 복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나이로 생각한다 첫 번째 여섯 살에는 방 얻기 힘들고 이사하기 지겨운 전셋집 생활을 마감하는 조그마한 집을 장만했고 두 번째 여섯 살엔 살던 집을 팔고 큰 집을 샀는데 돌아오는 세 번째에는 무슨 좋은 일이 생길까 희망을 미리 그려본다 더 큰 집을 사게 되려나? 큰아들이 결혼을 하려나? 2017. 9. 19.
갇혀 살다 / 장광규 갇혀 살다 靑心 장광규 움직이며 살아간다고 그걸 다 자유라 말하기 어렵다 집을 나서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습관적으로 버스 안에 갇히고 만다 버스에서 빠져나오면 끝이 아니다 제 발로 걸어 들어가 이번엔 전동차 안에 갇히게 된다 몇 번을 갇혔다 나왔다 하면서 어렵사리 일터에 들어서면 이제 정문은 굳게 닫혀버린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사무실마다 온통 문을 걸어 잠가 이중삼중으로 갇히는 몸이 된다 집으로 왔다고 안심하지 마라 대문 안에 갇히고 방문 안에 꽁꽁 갇힌다 한 번쯤 넓은 들판에 나가 보라 잠시나마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우주 안에 갇혀있는 걸 어쩌랴 여기 있어도 거기 있어도 숨지도 못하고 갇혀 사는 신세다 2017. 9. 15.
고향의 가을 / 장광규 고향의 가을 靑心 장광규 가을에는 가을 냄새가 납니다 돌담 옆 감나무 감 익는 냄새 밭두렁엔 노랗게 익은 호박 냄새 앞산 소나무의 낙엽 향기 들판에 여물어가는 들풀 냄새 뒷산 바위틈엔 송이버섯 향기 가을에는 가을 웃음이 보입니다 코스모스의 산뜻한 웃음 들국화의 하얀 웃음 해바라기의 넉넉한 웃음 허수아비의 든든한 웃음 높은 하늘의 파란 웃음 산들바람의 맑은 웃음이 밤송이도 갈색 미소를 보이고 벼 이삭은 고개 숙이며 인사합니다 나뭇잎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냇물이 졸졸 흐릅니다 산새들이 노래하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2017. 9. 9.
속셈 / 장광규 속셈 靑心 장광규 물건을 권하며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서로 쳐다보며 흥정을 하며 파는 사람 하나라도 더 팔려고 손님에게 웃는 얼굴이고 사는 사람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상인에게 미소 보내고 2017. 8. 31.
시 쓰는 일 / 장광규 시 쓰는 일 靑心 장광규 생김새도 길이도 굵기도 가지각색의 나무들 이리 보고 저리 보며 골라 껍질 벗겨내고 길이는 자로 재고 톱으로 자르면서 먹줄 놓아 도끼로 깎아내고 대패로 곱게 밀어 제자리 찾아 맞추며 목수는 집을 짓네 시 쓰는 일은 집 짓는 일하고 비슷한 것 이 낱말 저 낱말 찾아내 여러 번 고치고 다듬으며 매끄러운 문장으로 탄생시키는 고통이라네 2017. 8. 19.
풍경 2017 / 장광규 풍경 2017 靑心 장광규 10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에 여름마저 일찍 왔다 엄청난 비를 몰고 온 장마 고통스러운 찜통더위 잠 못 이루는 열대야 사람들이 생각했다 손선풍기를 거리에서 지하철 안에서 손에 든 선풍기로 얼굴 가까이 갖다 대기도 하고 몸 이곳저곳 더위를 식힌다 2017. 8. 9.
매미 소리를 들으며 / 장광규 매미 소리를 들으며 靑心 장광규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있다 매미가 운다고 말들을 하지만 순전히 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엔 덥다고 목청껏 소리 내어 울지만 나뭇잎이 나부끼는 아침저녁으론 기분이 좋아 노래하는 것이다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들리기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리기도 하는 매미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고향 뒷들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는 소년이 된다 2017.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