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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492

애물단지 / 장광규 애물단지 靑心 장광규 경주에 있는 다보탑을 품에 안고 주화로 태어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십 원짜리 동전 몸값의 서너 곱절은 더 먹어야 햇빛을 보게 되지만 탄생의 기쁨은 잠시뿐 서랍 속 깊숙이 누워있거나 겨울철 난로 위에서 몸을 달구며 서러움을 겪는 신세 이곳저곳 여행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가끔은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지워버릴 수도 없는 나는 애물단지 2019. 1. 17.
달력 / 장광규 달력 靑心 장광규 벽에서 일생을 보내는 달력 제자리에 모시기 전에 얼굴을 살피는 통과의례가 있다 양력으로 또는 음력으로 명절은 언제인지 짚어보고 생각나는 절기도 찾아보고 삼복더위의 시작과 끝은 어디쯤인지 연휴는 어떻게 들어있는지 기억해야 할 날짜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하며 일 년을 미리 살아본다 동이 트면서 하루가 열리고 어두워지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반복과 변화의 공존 속에서 달력을 보며 달력을 넘기며 달력을 뜯으며 세월이 간다 2018. 12. 7.
바위 / 장광규 바위 靑心 장광규 새들이 노래하는 산속에서 물소리 시원한 냇가에서 혹은 동네 어귀에서 자연 그대로 숨 쉬며 쏟아지는 빗물로 목욕하고 눈 내리면 하얀 옷 입어도 보며 알맹이 있는 몸짓으로 너는 너를 보여준다 하늘이 파랗게 웃는 날도 바람 불어 추운 날도 움직일 줄 몰라 멋을 모르지만 이끼 낀 모습에는 부드러움이 있다 더러는 자꾸 귀찮게 해 조각 작품으로 만들어놓지만 변할 줄 모르는 묵직함으로 겉도 속도 매한가지 단단함으로 너는 네 자리에 다시 선다 2018. 11. 10.
단풍잎 / 장광규 단풍잎 靑心 장광규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도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에도 발걸음 멈춘 시선에도 긴장하거나 표정 관리할 필요가 없다 이른 봄 태어나 일생을 살며 시나브로 쌓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면 된다 모양새를 가다듬지 않아도 좋다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지 않아도 좋다 있는 대로 생긴 그대로가 생명이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 제각기 개성을 지닌 얼굴들 그게 바로 아름다움이다 조화로운 어울림은 그림이고 정다운 속삭임은 노래가 되고 흥겨운 웃음은 꽃이 된다 2018. 10. 31.
가을 / 장광규 가을 靑心 장광규 하늘을 봅니다 커다란 거울입니다 나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나의 마음까지 보입니다 몸도 마음도 더 푸르게 더 맑게 더 바르게 그리고 더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2018. 9. 19.
목련꽃 / 장광규 목련꽃 靑心 장광규 반가운 소식 듬뿍 안고 잎보다 먼저 피는 꽃 어느 꽃인들 여성스러움이 없으랴마는 설렘을 간직하고 결혼식장에 선 신부를 닮은 꽃 하늘을 향해 이렇게 정갈하다고 이만큼 순진하다고 가슴을 열어 마음을 보여준다 따스한 보살핌으로 예쁘게 태어나 고맙다며 두 손 모으고 인사한다 흠집 하나 없는 하얗고 고운 얼굴로 보여주는 밝은 웃음 부드러운 몸짓으로 흐뭇한 기쁨을 준다 가벼운 바람 속에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2018. 4. 27.
행복 / 장광규 행복 靑心 장광규 누구나 원하는 행복 그게 멀리 있는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네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소소한 것이 행복이네 평범함 속에서 현재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게 행복이네 차츰차츰 좋아지며 보람을 느끼는 게 행복이네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힘쓰며 생활하는 게 행복이네 기뻐할 줄 알고 슬퍼할 줄 알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큰 슬픔 큰 아픔 없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네 2018. 4. 21.
4월 / 장광규 4월 靑心 장광규 날씨가 따뜻해도 기온이 고르지 못해도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4월이면 4월이 온다 개나리 벚꽃 목련 진달래 살구꽃 복숭아꽃 동백꽃 라일락 노랑으로 하양으로 분홍으로 빨강으로 나 여기 왔노라고 나 이렇게 있다고 웃는 얼굴 보인다 2018. 4. 4.
나무가 말한다 / 장광규 나무가 말한다 靑心 장광규 햇빛 좋은 날은 반짝반짝 웃으며 지내라 한다 비 내리는 날은 차분히 온몸으로 맞으라 한다 바람 부는 날은 바람처럼 몸을 흔들며 지내라 한다 햇빛이 쨍쨍 비춰도 비가 세차게 내려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와야 할 때 비가 내리지 않아도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말라 한다 깊은 곳 길게 뻗은 뿌리를 보여주며 쉽게 포기하거나 약해지면 안 된다 한다 2018.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