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노래492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동심이 된다 / 장광규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동심이 된다 靑心 장광규 우리는 어린이였습니다 욕심도 근심도 없는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티 없이 맑은 미소 가을 하늘처럼 파란 마음을 가진 맑고 밝은 새싹이었습니다 떡국 한 그릇 먹을 때 나이도 한 살씩 먹어 어느 틈에 키도 커가고 몸무게도 늘어났습니다 더불어 욕심도 생겨나고 근심 걱정도 자꾸 생겼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어른이라 부릅니다 어른이 되니 욕심이 많아집니다 근심 걱정이 쌓여만 갑니다 작고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어른들의 어버이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만이라도 동심으로 살고 싶습니다 2019. 5. 2.
반반의 의미 / 장광규 반반의 의미 靑心 장광규 하루가 너무 지루할까 봐 낮과 밤으로 갈라놓았지 인류는 영원하라고 여성과 남성이 존재하지 수없이 오고 가는 길 중앙선을 두어 구분하였지 우리들 몸에는 왼쪽과 오른쪽이 있어 중심을 잡고 지낼 수 있지 조화롭게 반반인 것을 어찌 다 손꼽을 수 있겠는가 삶 속의 행복 기쁨을 주고받는 사랑 그리고 이 세상 많은 것이 한쪽으로 너무 기울지 말고 균형을 유지하라고 하나가 아닌 반반이지 노력하며 채우라고 반반으로 나누어 놓았지 2019. 4. 18.
봄은 봄이다 / 장광규 봄은 봄이다 靑心 장광규 밤비가 소리 없이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나면 계절은 바쁘게 움직인다 햇살은 따사롭게 내려앉고 남풍은 몸을 간질이며 스친다 새싹은 파릇파릇 희망을 심어주고 나비는 훨훨 꽃 향기를 찾는다 엄마의 손을 잡은 아가는 난생처음 길을 따라 걷는다 이맘때쯤 거리는 화사한 옷차림으로 물들어가고 사람들은 봄 이야기를 한다 봄은 느낌이다 봄은 시작이다 봄은 봄이다 2019. 3. 21.
거울 / 장광규 거울 靑心 장광규 나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사람이 안쪽에 살고 있는 걸 발견하고 좋아하게 된 보물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반기며 인사하는 순진한 친구 내가 멀리 여행을 가도 사라지거나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친구 나의 부족한 모습도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주지만 싫은 소리는 한 번도 안 하고 스스로 느끼게 하는 친구 만날 때마다 변함없고 보탬도 덜함도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친구 보는 듯 안 보는 듯 있는 듯 없는 듯 무뚝뚝해 보이는 친구 내가 웃으면 함께 웃다가 눈물을 보이면 따라 울 줄도 아는 정 많은 동반자 2019. 3. 14.
꽃 / 장광규 꽃 靑心 장광규 웃는 모습만으로도 좋은데 향기만으로도 좋은데 빛깔만으로도 좋은데 느낌만으로도 좋은데 감촉만으로도 좋은데 부드러움만으로도 좋은데 벌 나비 오게 하고 바람 따라 춤도 추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신비스러운 천사 2019. 2. 28.
내가 쓰는 시 / 장광규 내가 쓰는 시 靑心 장광규 내가 쓰는 시에서 호박꽃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밤이면 별들이 웃으며 반겨주고 낮에는 호박벌이 윙윙거리며 놀아주면 정말 좋겠다 나의 시는 작은 호박으로 태어나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커다란 호박이 되면 좋겠다 나의 시에서 호박의 달콤한 맛과 고향의 포근한 정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나의 시는 호박씨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 봄날 들판에 파릇파릇 자라나 노란 호박꽃으로 넝쿨 뻗고 올망졸망 열매 맺어 둥그렇고 향기로운 호박으로 사람들 곁에서 영원한 사랑을 받으면 더욱 좋겠다 2019. 2. 13.
오늘도 붓을 든다 / 장광규 오늘도 붓을 든다 靑心 장광규 말을 하되 짧게 하고 또한 신중하게 하는 것은 진정으로 말을 사랑하는 수줍음이다 수줍음을 타는 사람은 입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붓으로 나타내는 것을 좋아한다 봄날 푸른 새싹이 땅을 밀치고 순한 자태로 인사하면 반갑듯 구름 뒤에서 숨 고르기 하는 해가 나오기를 기다리듯 그리움이 밀려올 때 안부가 궁금할 때 간결한 모습으로 참신한 얼굴로 태어나려 힘쓴다 가까이 다가와 웃어주는 반짝이는 눈동자와 대화하기 위해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마음에 담아 글을 쓰며 다듬는 즐거움이 있다 2019. 2. 7.
설 / 장광규 설 靑心 장광규 설이다 모질게도 춥던 섣달이 가고 새해가 온다고 '설'이라 했다 새롭고 낯설게 다가오는 나날들 매사에 신중하라고 설이라 했다 물같이 흐르는 세월 나이 먹는 게 서러워 설이라 했다 해가 바뀌어도 가진 것 없어 너무 초라해 설이라 했다 가족과 떨어져 객지에서 살아야 하는 외로움에 설이라 했다 결혼 못한 노총각 노처녀 해를 넘김이 아쉬워 설이라 했다 떡국 끓이는 소리가 설설 나고 맛있는 떡도 장만한다고 설이라 했다 준비해 두었던 때때옷을 꺼내 입는다고 설이라 했다 눈은 풍년이 들고 인심도 좋게 하는 것 눈이 내리기를 바라며 설이라 했다 행복한 삶을 향하여 희망찬 한 해를 시작하며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이라 한다 2019. 1. 31.
물은 살아 있다 / 장광규 물은 살아 있다 靑心 장광규 물은 아주 작은 것이다 씨도 열매도 없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고 밀가루처럼 부드럽기도 해 무서워 멀리 피할 이유도 없고 두려워 숨을 필요도 없다 본디 작고 연약하지만 손에 손을 잡고 모여 개울을 만들고 강을 이루고 흘러가 바다에서 출렁거린다 평소엔 한없이 순하지만 기온이 내려가 추위를 느끼면 없는 힘 있는 힘 다 모아 하얀 얼굴로 무장하고 몸은 더욱 강해진다 서로 어깨와 어깨를 가슴과 가슴을 얼싸안아 억세고 끈끈한 포옹을 한다 얼마나 세게 끌어안은 지 떨어지지 않는 하나의 덩어리 얼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은 차가운 냉정한 표정 돌처럼 무심한 단단함도 남녘에서 봄바람이 불어오고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나면 너그럽게 마음을 풀어.. 2019.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