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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하나의 전쟁 / 장광규(張光圭) 삼층 단독주택의 옥탑에 살고 있는 아가씨가 사정이 생겨 시골로 내려가는 바람에 방을 내놓아야만 했다. 이사철도 지나고 방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쉽게 나갈까 걱정이 앞선다. 부동산중개소에 내놓는 것보다 생활정보지에 올리기로 하고 전화를 했다. 다음날 아침 생활정보지를 꺼내다 보니 옥탑방의 월세 정보가 올라 있었다. 오전 열 시쯤 되었을 때 방에 대하여 물어보는 첫 전화가 왔다. 그 뒤로 계속해서 방을 보겠다는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옥상에 있는 방은 거의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은 방이다. 그래서 혼자 살겠다는 사람, 여자보다는 남자를 두기로 했다. 헛수고 안 하게 전화로 자세히 가르쳐주고 물어보도록 한 다음 방을 보러 오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화로 '방 내놓았습니까?' 하는 말만 물어보고는.. 2005. 7. 21.
생활 속의 소망 / 장광규(張光圭) 차를 타고 속력을 내서 달리는 것도 아닌데 지나고 보면 빠른 게 세월이다. 붙잡을 수도 없고 속도를 줄일 수도 없는 것이 시간이다. 우리는 그 흐름 속을 일터와 가정을 조금은 바쁘게 오가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해가 시작될 때쯤이면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면서 생활해 나간다. 지난해 세웠던 계획들을 실천했건, 도중에 흐지부지하고 말았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버릴 건 버리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일들은 내일을 위하여 다시 생각하고 실천해 보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이번 겨울이 춥지 않고 포근할 거라는 기상예보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현재까지 여기저기서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록적인 폭설과 .. 2005. 4. 21.
일기 쓰기 / 장광규(張光圭) 이제는 초등학교라 부른다. 그러나 그때 국민학교라 부르며 함께 공부했던 아이들의 음성과 모습이 그립다. 그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 때면 과제물로 일기 쓰기가 빠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한 다음 세수를 하고 식사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 만나 놀았다. 뒷동산에 올라가 매미도 잡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공부를 조금 하다 일찍 꿈나라로 갔다. 과제물을 본 선생님은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며 힘주어 말씀하셨다. '하루 있었던 일 중에 기억하고 싶거나 느낀 점, 하고 싶은 일 등을 한 가지만 선택해 글을 쓰는 법을 길러라. 그게 일기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고 세수하고 밥 먹고 학교 가고 숙제하고 친구하고 놀았다는 줄거리로 반복되는 일기를 써댔다. 선생님은 또.. 2005. 3. 21.
5월에 / 장광규(張光圭) 어느 학원에서 선생님이 묻습니다. '너희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학생들이 대답을 합니다. '저는 어머니가 될래요' '저는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웃자는 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어수룩한 대답도 아닙니다.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식을 버리는 비정한 어머니, 가족을 돌보지 않은 매정한 아버지, 늙은 부모를 모시지 않는 아들딸들. 눈 뜨고 보고 있는 현실이 아닙니까? 가정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참다운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한 가정의 든든한 기둥이 되는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2001년 봄 2005. 3. 21.
자들 좀 봐라 / 장광규(張光圭) 자(者)들 좀 봐라. 여의도에 가면 지붕이 둥그스름한 건물 안에서 국민을 위하여 일한다는 사람들, 겉으로는 그런 척 하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속한 당에서 하는 일은 무조건 잘한 일이고, 상대편 당에서 하는 일은 전부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고 오늘도 헐뜯기만 하고 있다. 여(與)들아! 한판 붙을래. 야(野)들아! 그래 붙자. 그렇게 세월을 보내면서 언제 국민을 위한 일다운 일을 하려는지 걱정스럽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 소속 당 또는 개인 실속이나 채우려는 그 자(者)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정말 한심하다. 이 자(者)나 저 자(者)나 속셈을 알 수 없다. 2000년 3월 1일 2005. 3. 1.
촌평 3 ▣ 장광규 님께 드리는 몇 마디 쓴소리 - 안도현 장광규 님, 을 통해 저한테 전해져 온 [체감온도] 외 4편의 시를 잘 읽었습니다. 지금 저희 집 창밖에는 올해의 첫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무어 그리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마음 한쪽에 쓸쓸한 설렘 같은 게 자꾸 쌓입니다. 그것은 마흔을 넘기고도 아직 저라는 인간이 철이 덜 들었다는 뜻이겠지요. 시를 읽어보니, 장광규 님은 쏟아지는 눈을 보고 "쌀이라면 좋겠다" 하면서 보릿고개를 넘어오신 분이군요. 5.16이 일어난 해에 이 세상에 태어난 저는 사실 보릿고개를 말로만 들었을 뿐입니다. 운 좋게 절대적 궁핍을 겪지는 않았지요. 그렇다면 장광규 님은 저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오신 분이 분명합니다. 감히 짐작컨대 아마 4~50 대 부근을 통과.. 2005. 2. 19.
촌평 2 ▣ 버려야 얻을 수 있다 - 안도현 크고 작은 돌멩이 세모난 것 네모진 것 둥글둥글한 것들이 서로 껴안고 보듬으며 침묵으로 공존하고 있다 붙임성 없고 우악스러워 와르르 저절로 허물어질 것 같지만 보기와는 달리 야무진 걸작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로 풍경사진의 배경으로 비바람 견뎌온 이끼 낀 보물이다 돌 틈 사이에 막대기 꽂아 호박넝쿨 뻗어나게 해주면 열매 주렁주렁 매달리는 평화로운 자연의 조화다 장광규 씨의 「돌담 앞에서」는 언뜻 보아 정겨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요란한 수사가 시적 진정성에 손상을 입히고 있는 경우라 하겠다. ‘돌담’ 앞에다 붙인 ‘침묵’, ‘걸작’, ‘보물’, ‘평화’, ‘자연의 조화’와 같은 ‘붙임성 없고 우악스러운' 말 때문에 얼마나 시를‘.. 2005. 2. 18.
촌평 1 ▣ 장광규 씨의 글을 읽고 - 안도현 고향 두고 떠나 온 나그네 근로자란 이름으로 탄 전철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지친 몸을 가끔 종점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자주 이용한 경인전철은 내 기쁨 내 슬픔 다 안다 세월은 자꾸 흘러가고 전철 속의 풍속도도 변해가고 나의 겉모습 속마음도 자꾸 빛바래간다 아쉬운 사연 간직하고 오래 다닌 일터 그만두니 지금은 실업자가 되어 전철에 오른다 전철을 타면 사람들 틈에 끼어 자는 듯 눈감고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좋다 장광규 씨의 ,『전철을 타며』를 읽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경험을 시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일상을 시로 형상화할 때, 흔히 경험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속에는 적지 않은 함정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일.. 2005.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