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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 장광규(張光圭) 가게를 장만해 장사를 하는 친구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부럽다고 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월급이 나오고 보너스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럿이 근무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또한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일정한 시간에 퇴근을 할 수가 있다. 공휴일이나 일요일은 쉴 수가 있다. 그런 것들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친구는 장사를 잘하고 있다. 사업장도 유명해지고 단골손님도 늘어나고 돈도 많이 모은 것 같다. 나이를 먹어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의욕만 있으면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것이 개인장사의 장점이다. 운이 따랐는지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를 만날 때면 말은 안 하지만 부럽기만 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조직의 구.. 2006. 9. 21.
비 갠 오후 / 장광규(張光圭) 이른 봄날 아내와 함께 외출하고 집으로 오는 길 지하철 안 구석진 곳에 우산 하나 떨어져 있어 주워 들고 집으로 온다 작은아들 집을 나서면서 들고나간 우산 어디다 두었는지 빈 손으로 들어온다 2006년 5월 6일 2006. 5. 6.
입동 / 장광규(張光圭) 오늘은 입동이다. 푸른 하늘이며 산들바람이랑 단풍이랑 그대로 남겨두고 또 하나의 계절이 문턱을 넘으려 한다. 오늘까지는 흙으로 몸을 덮어주어야 겨울을 땅속에서 잘 지내다 봄이 오면 파릇파릇 잘 자라 열매를 맺는다는 보리. 그 보리갈이를 적기에 하려고 땀 흘리던 어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초가지붕을 새롭게 단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해 봄까지 먹을 김장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이른바 '월동준비'인데 입동을 전후해 날을 잡아서 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보리갈이는 하지도 않고, 초가집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더욱이 김장은 아무 때나 해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되기 때문에 입동의 의미를 못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겨울이 멋과 맛을 못 느끼는 계절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보리가 겨울에.. 2005. 11. 21.
모기 / 장광규 모기 靑心 장광규 어렸을 적 여름밤은 작은 전쟁터였다 날아다니며 몸을 툭툭 건드리는 모기떼 앵앵거리며 상여 나가는 소리로 합창을 하고 밤새 물어 그곳 긁어대느라 잠을 설친다 날마다 마당에 모깃불 피우기가 일이었고 초저녁이면 방안에 모기약을 잔뜩 뿌려댔다 앞뒤 방문을 아예 망사로 붙이기도 하지만 더위와 모기를 한꺼번에 쫓아야만 했기에 모기장을 치고 그 속에서 자는 것이 좋았다 여름방학 때 내려온 친척집 아이는 서울엔 모기가 없다고 자랑하는데 얼마나 깨끗하면 모기가 없을까 그곳은 꿈속에서나 갈 수 있는 곳일까 모기 없는 곳에서 살아볼 날이 언제일까 서울도 모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안을 맴돌며 귓가에 들리는 모깃소리 소리 나는 곳으로 팔을 저으니 어느새 옆에 있는 사람 쪽으로 간 모양이다 아내는 모기를 쫓느.. 2005. 9. 23.
동반자 / 장광규 동반자 靑心 장광규 아주 먼 곳이거나 혹은 가까운 곳이더라도 빙빙 돌고 돌아 가까이 다가선 동반자 처음 출발할 때는 서로가 좋은 감정일 뿐 서로의 성격이나 습관 같은 걸 제대로 알 수가 없네 함께 생활하는 사이 모든 것이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 낳아 길러준 부모보다 함께 자란 형제보다도 더 상대방에 대하여 잘 알게 되네 성장과정이 다르고 생활환경도 바뀌다 보니 장점보다는 단점이 만족보다는 불만이 더 많이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믿음과 실천으로 보완해 갈 수 있도록 서로의 끈끈한 노력이 필요하네 현재보다 밝은 내일을 위하여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 고쳐야 할 것 고쳐가며 웃음소리 내며 살아가는 게 부부의 조화로운 힘이네 2005. 9. 23.
바늘에 실을 꿰며 / 장광규 바늘에 실을 꿰며 靑心 장광규 이렇게 보이질 않아 쓸데없이 시간만 보내니 정말 갑갑한 일이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바늘귀에 실을 꿰기 위해 몸을 이쪽으로 저쪽으로 바늘 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힘든 일 아닌 것 같으면서 쉽게 해결되지 않아 안경까지 쓰고 쩔쩔매네 어린 시절 안 보인다며 어머니가 바늘에 실을 꿰어달라고 할 때 이런 일을 시킨다고 투덜댔는데 지금 바늘에 실을 꿰며 어머니를 생각하네 그때 그 심정을 이제야 느끼며 진정으로 그리워하네 2005. 9. 23.
그 무렵 / 장광규 그 무렵 靑心 장광규 문득 웃을 듯 말 듯합니다 말할 듯 말 듯합니다 눈을 뜰 듯 말 듯합니다 어느 날 꽃샘추위는 불청객이 되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물러납니다 남녘에서 훈풍이 찾아와 놀아주고 밤비가 내리며 속삭이더니 드디어 방긋방긋 웃기 시작합니다 조용히 입을 열어 말을 합니다 초롱초롱 눈을 뜹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무들이 풀들이 2005. 9. 23.
유행 2002 / 장광규 유행 2002                      靑心 장광규 봄이 올 듯 말 듯 꽃샘추위로 바람이 부는 어설픈 계절 답답한 세상 탓인지 대머리가 좋아 보이는지 머리를 시원하게 빡빡 깎아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도 있고 말총머리 남성도 보이고 흰머리에 검은색을 칠하는 게 염색인 줄 알았는데 여자도 남자도 아이도 어른도 좋아하는 자기만의 빛깔로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2005. 9. 23.
초보운전 / 장광규(張光圭) 연말 어느 휴일 바닷가에 다녀오겠다며 차를 가지고 가는 큰아들 출발하기 전 긴장이 되는지 여기저기 살피며 신경을 쓴다 운전석 의자를 앞쪽으로 당기는 것이며 사이드 미러를 조절하는 모습에서 부전자전을 확인하며 웃는다 도움이 될까 싶어 옆 좌석에 앉아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르고 여자 친구가 기다리는 곳까지 가서 손을 흔들어주고 돌아온다 야간 운행하는 녀석을 보내고 밤늦게까지 TV를 보고 있다가 어느 틈에 잠이 들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보니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다 장거리 주행은 처음이고 강원도 길은 초행이기에 조심하라 신신당부했음에도 온종일 안절부절못하고 지냈는데 먼 길 안전하게 다녀온 큰아들이 대견해 보인다 2005년 12월 30일 200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