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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 장광규 처서(處暑) 靑心 장광규 구름 깨끗이 쓸어낸 하늘 잠자리 몇 마리 여유롭게 날고 사람의 발걸음 가벼워 보이는데 햇볕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나뭇잎 저렇게 변해갈까 2005. 9. 22.
독백 / 장광규 독백 靑心 장광규 언젠가 어느 기성작가의 절필 선언이 신문에 실렸다 붓을 꺾는다는 뜻인데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전화도 하고 야단스럽던 적이 있었다 뜬금없이 그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본다 글을 쓰겠다고 글을 써보지만 글다운 글을 발견할 수 없다 아무런 발전이 없다 신선한 맛이 나지 않는다 조금씩의 변화도 없다 언제나 틀에 박힌 똑같은 모습들이다 머리 나쁜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며 공부하는데도 항상 그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만은 대견스럽다 그릇에 건져 담을 건더기가 없다 지금까지 헛수고만 한 느낌이다 내가 절필한다고 해도 말릴 사람도 없고 눈 하나 깜박거릴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도 할 말은 있다 밥이 나오는 것.. 2005. 9. 22.
전국노래자랑 / 장광규 전국노래자랑 靑心 장광규 서울에서 강원으로 바다 건너 제주까지 찾아가고 달려가서 손꼽히는 명소도 소개하고 고장 특유의 사투리로 모인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진행 가사며 박자는 몰라도 좋아 자작곡으로 부르는 할머니 가족과 함께 나온 아이의 재롱 아주머니의 즐거운 춤과 노래 신나는 노래뿐 아니라 장기자랑도 특산물도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연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노래와 흥겨움을 보여주는 전국 노래자랑 일요일 한때 TV를 통해 인기가수들의 노래도 듣는 누구나 좋아하는 방송 2005. 9. 22.
진급했어요 / 장광규(張光圭) 진급했어요 더위가 조금은 약해진 9월 초하루 아침 일찍 조금은 기분 좋게 전화벨이 울린다 군대에 있는 큰아들 목소리다 오전 중으로는 전화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강한 태풍이 지나간 뒤이기에 집 생각이 나서 전화했단다 이번 태풍에 피해는 없는지 어머니 건강은 어떤지 아버지는 회사 일이 잘되어가는지 지성이는 학교에 잘 다니는지 평소처럼 기본적인 안부를 묻고 나서 진급했다는 소식을 웃으면서 전한다 지난달 면회 갔을 때 다음 달에 일병으로 진급한다고 했는데 진급이 되어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까 진급도 되고 태풍도 지나가고 해서 부대에서 특별히 배려해줘 아침 일찍 좋은 소식을 전했을 거다 그래 하루하루를 충실히 근무하면 이제 일병에서 상병이 되고 상병에서 병장이 되어 제대.. 2005. 9. 22.
첫 면회 / 장광규(張光圭) 첫 면회 약속대로 면회하기로 한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선다 길을 익히느라 여러 번 연습했고 약도로 그리고 지워보고 다시 그려보아 길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었지 오전 열한 시를 약간 지나 부대에 도착 면회신청을 하고 정문에서 기다리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린 후에야 지원이 너를 만날 수 있었지 동송읍으로 달려가 여관부터 정하고 준비해 간 음식으로 식사를 했지 온 가족 네 식구가 여관에 든 것도 여관에서 식사한 것도 처음이지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 방에서 TV를 켜놓고 지내기로 했지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 새 아침이 오고 우리는 이곳저곳 돌아다닐까 했지 그러나 마땅히 구경할만한 곳이 없어 도로 옆 들판에서 사진만 몇 장 찍었지 부대에 들어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지원이 너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2005. 9. 22.
군복 입은 사람 / 장광규(張光圭) 군복 입은 사람 길을 가다가도 먹을 것 먹다가도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군인 간 아들 생각이 난다 내가 군대 생활할 때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손자 생각이 난다던 할머니 군인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던 어머니 나이 비슷한 사람만 보아도 손자 생각 아들 생각을 했다는 그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있다 저기 군인이 보인다 휴가를 나왔는지 제대를 했는지 저 사람 얼마나 좋을까 가족들이 얼마나 반가워할까 군인을 보면 반갑다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 잘 지내고 있는지 2000년 7월 20일 2005. 9. 22.
백일 휴가 / 장광규(張光圭) 백일 휴가 봄도 헤어지기 싫어 머뭇거릴 때 인사하고 군대에 간 큰아들 훈련소 교육은 어떻게 받고 있는지 훈련을 받고 부대 배치는 어디가 될지 이런저런 걱정 속에 시간은 흘러 훈련도 잘 받고 자대 배치도 받았지 가까운 곳으로 왔으면 했는데 전방으로 떨어져 서운한 마음뿐이지 처음엔 편지로 안부를 전했지 주고받는 기간이 너무 많이 걸려도 봉투를 뜯어 소식을 접하면 가까이 있는 듯 보고 있는 듯 반갑고 기분이 좋았지 서신으로 소식을 주고받다가 몇 달 후엔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지 그러나 아직은 졸병이기에 오후 여섯 시 반 지나서 긴급할 때만 전화로 연락하랬지 그리고 세월이 흘러 백일 휴가를 왔지 몇 개월 만에 만나니 서로 반가움으로 기뻐했지 먹을 것 실컷 먹고 싶다며 과자 봉지봉지 사다 놓고 먹어댔지 친구 만나.. 2005. 9. 22.
가을에 띄우는 편지 / 장광규(張光圭) 차로! 정말 오랜만일세. 자네에게 편지를 쓴다는 일이 쉬울 것 같았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은 미처 몰랐네. 멀리서 가까이서 무언의 대화는 계속하고 있었지만, 세월이 흐를 만큼 흐른 지금 지면에 글을 적어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전하려 하니 반갑기만 하다네. 추분이 지나고 기온도 떨어지더니 파란 하늘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더군. 이맘때쯤이면 고향의 들녘은 황금빛 풍요로움으로 가득 차 있겠지. 차로! 자네는 항상 고향을 잊지 못하고 살아간 댔지. 어린 시절 꿈을 키워가던 고향. 신체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마음의 넉넉함까지 가져다준 고향. 철없이 지낸 그때의 추억들은 가슴속에 생생히 남아 숨 쉬고 있겠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보려는 자네는 욕심쟁이. 마도로스가.. 2005. 9. 21.
그날의 산행 / 장광규(張光圭) 11월 하순이었으니 겨울이라고 해야겠다. 아마 초겨울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단풍도 떨어지고 있었으니 가을 기분도 났다. 늦가을의 허무하고 쓸쓸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계절이다. 일요일 오후 길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내린다. 방 안에 앉아있자니 답답해 바람이라도 쐬러 나온 것이다. 남산에 오르기로 작정한다. 남산을 오른 적은 몇 번 있다. 그때는 좋은 기분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번은 좋은 기분으로 올라온 게 아니다. 지금 몇 달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거나 잊어버리려고 산을 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관악산으로 갈까 망설이다 이곳으로 왔는데 그곳으로 갔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쯤 오르다 필동을 내려다보니 푸른 유니폼을 입고 근무했던 군부대가 .. 2005.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