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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 장광규 상강 靑心 장광규 전형적인 쾌청한 날씨 뚝 떨어진 아침저녁의 기온 농촌의 들녘에선 곡식 거둬들이기에 바쁘고 나뭇잎 차츰차츰 갈색으로 물들어 가고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가까이 다가오고 사람의 옷차림도 자연의 색채와 닮아가고 계절의 냄새와 계절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2007. 10. 22.
함 사세요 / 장광규(張光圭) 결혼 전에 행하는 혼례의식 "함 사세요" 골목이 떠나가라 외치는 소리 구경하는 마을 사람들 그 모습 이젠 사라지고 함진아비도 없이 큰아들 혼자 함을 가지고 신부 집으로 간다 2007년 10월 20일 2007. 10. 20.
초대장 / 장광규(張光圭) 청첩장을 보낸다 큰아들이 결혼한다고 만들어온 청첩장을 돌린다 인륜지대사라 하여 옛날처럼 집에서 콩나물을 기르고 도토리묵도 만들고 누룩으로 술도 담그고 유과며 콩 과자도 만들고 돼지를 잡아 걸쭉한 막걸리며 맛있는 비빔밥으로 손님 접대는 못하지만 경사스럽고 기분 좋은 날 예식장에서 함께 축하하고 뷔페에서 함께 식사도 하자고 친지들에게 조용히 알린다 2007년 10월 1일 2007. 10. 1.
춘분 / 장광규 춘분 靑心 장광규 경칩과 청명 사이 양력 3월 21일 전후에 드는 절후 겨울이 이어지는 듯한 청명 계절은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어 따스한 햇빛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며 꽃도 여기저기 피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농가에서는 씨 뿌릴 준비를 하지만 봄바람이 많이 부는 시기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봄이라고 옷을 가볍게 입으면 꽃샘추위가 매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밭고랑에 돋아나는 봄나물로 반찬을 만들어 식욕을 돋운다 2007. 9. 23.
구경 / 장광규 구경 靑心 장광규 화창한 봄날 꽃이 아름답게 피어 구경하러 나간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사람의 물결이다 화사하게 입고 나온 옷이 꽃이다 먹고사는데 따라다니는 돈도 바깥구경이다 2007. 9. 23.
운동장을 걷노라면 / 장광규 운동장을 걷노라면                                靑心 장광규 출입문을 개방해 놓은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 바쁜 일이 있을 땐 가깝고 편리한 맛에 그곳으로 다닌다사각사각 모래 밟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추억 속으로 데려다주는 재미가 있다 공부시간 슬며시 내다본 교실 창문 너머로 담뱃대를 든 할아버지가 지나가고 농부 아저씨 삽을 메고 가고 여자아이들 웃으며 걷고 엄마의 등에 업힌 아기의 모습도 보인다 잊힐 듯 말 듯 다정한 얼굴들이 떠오르며 옛날이 가까이 다가온다 2007. 9. 22.
다시 한 살이 되어 / 장광규 다시 한 살이 되어                  靑心 장광규 어릴 때환갑이 된 사람을 보면 고부랑 노인이었는데 눈으로만 보고 말로만 듣고 남의 일로만 여겼던 그 나이가 어느 틈에 나에게도 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 마음은 언제까지나 소년인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할아버지로 보일까 아니면 아저씨로 보일까 걸음마는 끝났다 열심히 걷는 일만 남았다 2007. 9. 22.
어느 겨울 / 장광규 어느 겨울                 靑心 장광규 간밤에 눈이 내렸다 이웃집에서 골목에서 첫눈이 온다고 소리친다 아침 일찍 창문을 열고 얼마나 왔는지 살핀다 내린 흔적이 있으면 좋으련만 눈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어제 내린 눈이 첫눈이라는 사람과 그건 첫눈이 아니라는 사람들로 나뉘어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며칠이 지난 후 눈이 왔다 많은 사람들이 말없이 내리는 눈을 쳐다보고 눈은 하얗게 쌓였다 그해 그날 이후 첫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2007. 9. 22.
대문 소리 / 장광규 대문 소리 靑心 장광규 덜커덕 인기척 같은 대문 소리 살아 움직이는 소리 아침이면 다녀오겠다고 덜커덕 저녁이면 잘 다녀왔다고 덜커덕 나갈 때 다녀오라고 덜커덕 들어올 땐 잘 다녀왔냐고 덜커덕 밤이면 잘 자라 조용하고 잠자느라 말없고 2007.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