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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느낌 / 장광규(張光圭) 어느 날의 느낌 큰아들아! 네가 가족사진 보내라고 해서 엄마랑 아빠는 우리 가족의 사진첩을 꺼내놓고 적당한 사진을 골라본다 잘 나온 사진 찾으려고 뒤적이며 여러 사진을 한 장 한 장 살핀다 사진 속의 모습들은 근심 걱정 없는 환한 얼굴들이다 그중에도 너희들 어릴 적 사진을 보며 행복한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단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 모두 밝게 웃으며 생활하자 2001년 1월 27일 2005. 9. 22.
숨긴 이야기 / 장광규(張光圭) 숨긴 이야기 지원아! 네가 전화할 때마다 아빠 회사일 궁금하다고 묻더니 요즘은 묻지도 않는구나 묻지 않는 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너에게 못할 노릇 하는 건 아닌지 네가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아빠는 회사 그만두었다 전화통화로 너에게 차마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너에게 숨기고 있다 큰아들아! 너는 너무 걱정 말아라 아빠는 다른 일자리 구해 너희들 학교 보내는데 아무런 문제 없이 할 거야 너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군생활 충실히 하면 된다 2001년 1월 5일 2005. 9. 22.
추운 곳 / 장광규(張光圭) 추운 곳 날마다 일기예보는 기온이 제일 낮은 곳으로 철원이 자주 나온다 겨울마다 그랬는지 올 겨울만 그렇게 추운 건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그곳에서 큰아들이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데 거기가 그렇게 춥단 말인가 바람이 얼마나 셀까 눈이 많이 내려 쌓일까 모든 것이 꽁꽁 얼 정도일까 근무하는데 지장은 없을까 아침으로 저녁으로 TV 뉴스 시간의 날씨를 눈여겨보고 듣는다 겨울이 따뜻했으면 올 겨울을 넘기면 좀 나을 텐데 빨리 겨울이 지나갔으면 겨울을 달래며 겨울을 재촉한다 지금 겨울이 아니었더라면 그 녀석이 군인이 아니었으면 무관심하게 보고 넘어갈 제일 추운 곳을 알게 되었다 2000년 12월 18일 2005. 9. 22.
시간이 흐르다 보면 / 장광규(張光圭) 시간이 흐르다 보면 지원이 네가 군대에 가고 처음 얼마간은 날마다 네 생각뿐이어서 편지도 자주 쓰고 답장도 기다리고 전화도 올까 기다리기도 했지 세월이 흐르면서 휴가로 집에 다녀가고 계급도 올라가니 차츰차츰 네 생각 멀어지는구나 너에게 무관심하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라 너에게 자주 소식 못 전해도 자주 전화통화 못해도 너의 생각 변함없이 하고 너도 몸 건강히 근무하리라 부모는 믿을 수 있단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보내야지 마음은 태산 같은데 못 보내는 현실 너는 모르는 척 알 거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건강하여라 큰아들아! 2000년 11월 7일 2005. 9. 22.
정기휴가 / 장광규(張光圭) 정기휴가 시월 하순께 정기휴가가 있다더니 휴가날짜 이틀 전 전화가 왔다 새로운 업무를 배우기 시작해 휴가가 한 달가량 늦어질 것 같단다 온다고 해놓고 못 온다니 서운하다 말뿐인가 무슨 일을 배울까 바쁜 일이 생겼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편으로는 아주 추운 한겨울에 집에 오게 되니까 잘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보름간의 휴가를 얻어 큰아들은 제 날짜에 왔다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소대에서 근무하다 중대로 올라가서 행정병 일을 배우느라 휴가가 연기될 뻔했단다 자랑하며 좋아한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 편히 쉬었다 가거라 2000년 10월 20일 2005. 9. 22.
날씨가 추워진다 / 장광규(張光圭) 날씨가 추어진다 날씨가 추워진다 더울 때도 그랬지만 추워져도 걱정이다 더위도 추위도 제대로 이기지 못하고 땀 줄줄 흘리기도 하고 발 동동 구르며 떨기도 하는 큰아들 생각이 난다 날씨가 추워진다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을 어떻게 넘길지 추워지면 집 생각을 많이 할까 그걸 느낄 시간도 없을까 날씨가 추워진다 겨울이 온다 겨울을 잘 넘겨야 할 텐데 포근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0년 10월 11일 2005. 9. 22.
포상휴가 / 장광규(張光圭) 포상휴가 무덥던 여름이 슬그머니 물러나고 초가을이 가까이 다가오니 하늘도 푸르고 푸르다 큰아들이 손꼽아 기다렸을 백일 휴가를 얻어 집에 다녀가고 우리가 부대로 면회도 갔다 온 후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쯤 더 면회를 갈까 했는데 녀석한테서 전화연락이 왔다 모범장병으로 뽑혀 며칠간 관광여행도 다니고 휴가도 얻어 집으로 온단다 예정대로 집에 온 군복을 입은 자랑스러운 아들은 너무도 좋아라 한다 먹을 것 실컷 먹다 지난 휴가 때 배탈이 났는데 이번엔 음식물에 절제를 한다 친구도 만나러 가고 다니던 학교도 나가보고 그러다 4박 5일이 훌쩍 지나간다 헤어질 땐 서운하다 건강한 몸으로 군 복무 잘하다 또 휴가 나오너라 잘 가거라 건강하여라 2000년 9월 20일 2005. 9. 22.
바나나를 먹으며 / 장광규 바나나를 먹으며 靑心 장광규 시장에서 사 온 바나나를 잘 익은 거라며 맛있게 먹지만 그건 잘 익은 것이 아니다 그건 맛있는 것도 아니다 베트남 전쟁에 갔을 때 매복 나갔다 돌아오며 전우가 꺾어다 준 바나나 가지에는 정말 맛있는 것이 많았다 하나 둘 잘 익은 것만 따먹고 나머지 덜 익은 것은 가만히 두면 저절로 노랗게 익어가곤 했다 바나나를 먹으면 베트남 생각이 난다 뜨겁디 뜨거운 날씨 엄청나게 쏟아지는 남국의 소나기 영원히 잊히지 않는 정글 새벽에도 울어대는 산새소리 무표정 속의 웃음과 눈물 모깃소리 총소리 대포소리 따뜻하게 나눈 전우애 고향생각 가족 생각 2005. 9. 22.
신비의 행복 / 장광규 신비의 행복 靑心 장광규 무엇 때문일까 어느 신비의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순서는 없다 한번 불길이 치솟기 시작하면 있는 힘 남김없이 다 쏟아붓는다 이 세상 마지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틈이 없다 파란 하늘을 날고 있는 느낌이다 하얀 뭉게구름 위에 뜬 기분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한바탕 거대한 천둥이 치는 듯 큰 파도가 몰려와 부딪히는 듯 몸의 움직임은 절정에 이른다 모든 것을 아름답게 여기는 동안 기쁨의 짧은 순간은 끝난다 남녀의 정상적인 성교는 행복한 삶의 밑거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사랑과 함께 힘의 소모도 뒤따른다 새 생명을 잉태하기도 하고 순간의 만족으로 지나가기도 하면서 200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