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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어라380

추운 곳 / 장광규(張光圭) 추운 곳 날마다 일기예보는 기온이 제일 낮은 곳으로 철원이 자주 나온다 겨울마다 그랬는지 올 겨울만 그렇게 추운 건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그곳에서 큰아들이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데 거기가 그렇게 춥단 말인가 바람이 얼마나 셀까 눈이 많이 내려 쌓일까 모든 것이 꽁꽁 얼 정도일까 근무하는데 지장은 없을까 아침으로 저녁으로 TV 뉴스 시간의 날씨를 눈여겨보고 듣는다 겨울이 따뜻했으면 올 겨울을 넘기면 좀 나을 텐데 빨리 겨울이 지나갔으면 겨울을 달래며 겨울을 재촉한다 지금 겨울이 아니었더라면 그 녀석이 군인이 아니었으면 무관심하게 보고 넘어갈 제일 추운 곳을 알게 되었다 2000년 12월 18일 2005. 9. 22.
시간이 흐르다 보면 / 장광규(張光圭) 시간이 흐르다 보면 지원이 네가 군대에 가고 처음 얼마간은 날마다 네 생각뿐이어서 편지도 자주 쓰고 답장도 기다리고 전화도 올까 기다리기도 했지 세월이 흐르면서 휴가로 집에 다녀가고 계급도 올라가니 차츰차츰 네 생각 멀어지는구나 너에게 무관심하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라 너에게 자주 소식 못 전해도 자주 전화통화 못해도 너의 생각 변함없이 하고 너도 몸 건강히 근무하리라 부모는 믿을 수 있단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보내야지 마음은 태산 같은데 못 보내는 현실 너는 모르는 척 알 거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건강하여라 큰아들아! 2000년 11월 7일 2005. 9. 22.
정기휴가 / 장광규(張光圭) 정기휴가 시월 하순께 정기휴가가 있다더니 휴가날짜 이틀 전 전화가 왔다 새로운 업무를 배우기 시작해 휴가가 한 달가량 늦어질 것 같단다 온다고 해놓고 못 온다니 서운하다 말뿐인가 무슨 일을 배울까 바쁜 일이 생겼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편으로는 아주 추운 한겨울에 집에 오게 되니까 잘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보름간의 휴가를 얻어 큰아들은 제 날짜에 왔다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소대에서 근무하다 중대로 올라가서 행정병 일을 배우느라 휴가가 연기될 뻔했단다 자랑하며 좋아한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 편히 쉬었다 가거라 2000년 10월 20일 2005. 9. 22.
날씨가 추워진다 / 장광규(張光圭) 날씨가 추어진다 날씨가 추워진다 더울 때도 그랬지만 추워져도 걱정이다 더위도 추위도 제대로 이기지 못하고 땀 줄줄 흘리기도 하고 발 동동 구르며 떨기도 하는 큰아들 생각이 난다 날씨가 추워진다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을 어떻게 넘길지 추워지면 집 생각을 많이 할까 그걸 느낄 시간도 없을까 날씨가 추워진다 겨울이 온다 겨울을 잘 넘겨야 할 텐데 포근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0년 10월 11일 2005. 9. 22.
포상휴가 / 장광규(張光圭) 포상휴가 무덥던 여름이 슬그머니 물러나고 초가을이 가까이 다가오니 하늘도 푸르고 푸르다 큰아들이 손꼽아 기다렸을 백일 휴가를 얻어 집에 다녀가고 우리가 부대로 면회도 갔다 온 후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쯤 더 면회를 갈까 했는데 녀석한테서 전화연락이 왔다 모범장병으로 뽑혀 며칠간 관광여행도 다니고 휴가도 얻어 집으로 온단다 예정대로 집에 온 군복을 입은 자랑스러운 아들은 너무도 좋아라 한다 먹을 것 실컷 먹다 지난 휴가 때 배탈이 났는데 이번엔 음식물에 절제를 한다 친구도 만나러 가고 다니던 학교도 나가보고 그러다 4박 5일이 훌쩍 지나간다 헤어질 땐 서운하다 건강한 몸으로 군 복무 잘하다 또 휴가 나오너라 잘 가거라 건강하여라 2000년 9월 20일 2005. 9. 22.
진급했어요 / 장광규(張光圭) 진급했어요 더위가 조금은 약해진 9월 초하루 아침 일찍 조금은 기분 좋게 전화벨이 울린다 군대에 있는 큰아들 목소리다 오전 중으로는 전화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강한 태풍이 지나간 뒤이기에 집 생각이 나서 전화했단다 이번 태풍에 피해는 없는지 어머니 건강은 어떤지 아버지는 회사 일이 잘되어가는지 지성이는 학교에 잘 다니는지 평소처럼 기본적인 안부를 묻고 나서 진급했다는 소식을 웃으면서 전한다 지난달 면회 갔을 때 다음 달에 일병으로 진급한다고 했는데 진급이 되어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까 진급도 되고 태풍도 지나가고 해서 부대에서 특별히 배려해줘 아침 일찍 좋은 소식을 전했을 거다 그래 하루하루를 충실히 근무하면 이제 일병에서 상병이 되고 상병에서 병장이 되어 제대.. 2005. 9. 22.
첫 면회 / 장광규(張光圭) 첫 면회 약속대로 면회하기로 한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선다 길을 익히느라 여러 번 연습했고 약도로 그리고 지워보고 다시 그려보아 길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었지 오전 열한 시를 약간 지나 부대에 도착 면회신청을 하고 정문에서 기다리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린 후에야 지원이 너를 만날 수 있었지 동송읍으로 달려가 여관부터 정하고 준비해 간 음식으로 식사를 했지 온 가족 네 식구가 여관에 든 것도 여관에서 식사한 것도 처음이지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 방에서 TV를 켜놓고 지내기로 했지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 새 아침이 오고 우리는 이곳저곳 돌아다닐까 했지 그러나 마땅히 구경할만한 곳이 없어 도로 옆 들판에서 사진만 몇 장 찍었지 부대에 들어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지원이 너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2005. 9. 22.
군복 입은 사람 / 장광규(張光圭) 군복 입은 사람 길을 가다가도 먹을 것 먹다가도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군인 간 아들 생각이 난다 내가 군대 생활할 때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손자 생각이 난다던 할머니 군인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던 어머니 나이 비슷한 사람만 보아도 손자 생각 아들 생각을 했다는 그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있다 저기 군인이 보인다 휴가를 나왔는지 제대를 했는지 저 사람 얼마나 좋을까 가족들이 얼마나 반가워할까 군인을 보면 반갑다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 잘 지내고 있는지 2000년 7월 20일 2005. 9. 22.
백일 휴가 / 장광규(張光圭) 백일 휴가 봄도 헤어지기 싫어 머뭇거릴 때 인사하고 군대에 간 큰아들 훈련소 교육은 어떻게 받고 있는지 훈련을 받고 부대 배치는 어디가 될지 이런저런 걱정 속에 시간은 흘러 훈련도 잘 받고 자대 배치도 받았지 가까운 곳으로 왔으면 했는데 전방으로 떨어져 서운한 마음뿐이지 처음엔 편지로 안부를 전했지 주고받는 기간이 너무 많이 걸려도 봉투를 뜯어 소식을 접하면 가까이 있는 듯 보고 있는 듯 반갑고 기분이 좋았지 서신으로 소식을 주고받다가 몇 달 후엔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지 그러나 아직은 졸병이기에 오후 여섯 시 반 지나서 긴급할 때만 전화로 연락하랬지 그리고 세월이 흘러 백일 휴가를 왔지 몇 개월 만에 만나니 서로 반가움으로 기뻐했지 먹을 것 실컷 먹고 싶다며 과자 봉지봉지 사다 놓고 먹어댔지 친구 만나.. 200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