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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어라380

행운의 달 / 장광규(張光圭) 시월이 온다 시월이 되면 반가움으로 만날 사람 다정히 이야기할 사람 휴가를 얻어 집에 오는 군복 입은 큰아들 조용한 GOP 생활 너무 멀리 떨어진 느낌이며 너무 작아져 보이고 너무 말없이 지낸 것 같아 할 말도 많고 들을 말도 많이 있을 만남 작년에도 이맘때 휴가가 있었는데 시월은 행운의 달인가 보다 너는 휴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 군대생활이 한층 즐거울 것이고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 우리는 여유로운 가을이다 2001년 9월 22일 2005. 9. 22.
작은아들 / 장광규(張光圭) 대학교 2학년인 작은아들은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 할 곳 군대에 가기 위해 신청을 하겠단다 정확한 입대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새해 상반기가 될 것 같단다 그렇게 하려면 다니고 있는 학교를 2학기부터 휴학하여야 한다고 하여 온 가족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는데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 문제도 있고 제대하고 공백 기간을 없애려면 휴학하는 게 나을 거라고 하고 공백기간이야 입대 전에 발생할 수도 있고 제대 후에도 발생할 수도 있지만 미리부터 휴학하는 건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안하니 한 학기라도 더 마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부모 뜻에 순응하기로 했다 올해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고 내년에 씩씩한 군인이 되어라 2001년 9월 12일 2005. 9. 22.
기다림 / 장광규(張光圭) 여름은 견디기 힘든 더위가 있고 짜증 나는 불쾌지수가 있고 장마가 찾아오고 태풍도 귀찮은 존재다 겨울은 눈이 쌓여 불편을 주기도 하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있고 매서운 바람이 쌩쌩 몰아친다 네 친구 철희는 더위랑 추위랑 잘 견디며 충실히 군대생활 마치고 엄마 아빠 품으로 왔단다 큰아들아! 건강하여라 일 년 남은 제대 날짜 여름 고생 겨울 고생 끝나면 너도 집으로 오겠지 2001년 7월 30일 2005. 9. 22.
안부 / 장광규(張光圭) 이제는 자주 보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되리 고생하느냐 묻지 않아도 좋으리 군복을 입은 모습이 세련되어 보여 너의 마음이 야무져 보여 조금씩만 네 생각하련다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안심이 되기 때문이리라 말로 하는 안부가 없더라도 서로 서운해할 일 아니다 무심한 건 아니다 더운 날도 네 생각 추워져도 네 생각 좋은 일이 있어도 네 생각이다 큰아들아! 너도 알고 있지 바람 불면 바람에게 소식 전하고 비 오면 비에게 소식 전하는 것을 2001년 7월 12일 2005. 9. 22.
초병에게 / 장광규(張光圭) 복잡한 인파의 거리를 지나 조용한 비무장지대 GOP 초병의 눈은 그곳에 있다 요란한 소음 광장을 멀리하고 쉽게 변하는 유행의 골목을 벗어나 정신집중으로 귀 기울이며 어둠을 밝히는 젊음의 기운은 태양처럼 변함없이 이어진다 나라는 초병을 품에 안고 초병은 나라의 푸른 나무 우리는 네가 있어 평화로우니 큰아들 지원아! 너는 우리의 힘도 함께 가져라 2001년 7월 2일 2005. 9. 22.
딸아이 / 장광규(張光圭) 여자아이들 재롱부리는 걸 넋 놓고 쳐다보다 딸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 태어나면 좋은 이름 만들어주려고 마음속으로 지은 이름 아들아이들은 제대로 찾아주었는데 딸아이가 없어 남게 된 이름 순할 순(順) 보배 진(珍) 허공에서 맴도는 '순진'이 그래서 더욱 딸이 그립다 2001년 6월 20일 2005. 9. 22.
귀대병에게 / 장광규(張光圭) 우리는 네가 온다고 기다렸는데 너는 우리를 만난다고 좋아했을 텐데 7박 8일의 휴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너는 부대로 가는구나 눈 내리면 정기휴가 오겠다며 만남의 약속을 하고 가는구나 부대에서 찍었다며 보여주던 사진 몇 장을 너 대신 남겨두고 너는 부대로 가는구나 만날 때는 좋지만 헤어질 땐 서운함이 앞선다 고생 없이 편히 지낸다고 해도 이런 말 저런 말 없어도 어찌 단체생활이 편할 수만 있겠느냐 다 알고 있다 큰아들아! 초저녁 무사히 도착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너의 전화 고맙게 받았다 2001년 6월 5일 2005. 9. 22.
휴가병에게 / 장광규(張光圭)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밤 열두 시가 다 되어가는데 네가 태어나려고 했지 택시를 불러 달라는 대로 요금을 지불하고 병원으로 가자마자 큰아들 되어 우리 곁으로 왔지 으뜸가는 뜻을 간직하여 그 생각들을 실천에 옮기라고 아빠는 너에게 지원(志元)이라는 이름을 주었지 군복을 입은 너의 모습이 어른스럽고 군인답구나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상병 계급장을 달고 휴가를 얻어 왔구나 집에 오면 아들답게 부대에 가면 군인답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라 2001년 5월 23일 2005. 9. 22.
군인이 온다 / 장광규(張光圭) 귀에 익은 목소리 가까이 다가오는 음성 큰아들의 반가운 전화다 정해놓은 날짜는 이리도 쉽게 오는가 다음 주 월요일에 나가는 휴가 혹시 잊고 있지나 않은지 다시 알린다며 안부를 전한다 큰아들 하는 일 빈틈없고 마음만은 벌써 집에 와있다 웃으며 더한 말 이번 휴가엔 돈 좀 많이 쓰고 싶단다 그래라 그래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서 함께 웃어보자 2001년 5월 18일 200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