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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어라384

입대하는 날 / 장광규(張光圭) 언젠가 휴가 나온 형이 부대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족 생각 집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자 남자가 무슨 소리냐고 목청 높이더니 막상 징집영장을 받고선 기가 꺾여 지낸 작은아들이 입대하는 날 마음 단단히 먹으면 전방에 가더라도 고생스럽더라도 견딜 수 있다고 말해준다 몸과 마음은 항상 건강해야 하고 상하 간에 서로 조화를 이루며 속히 군생활에 적응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고 씩씩한 군인이 되기 위해 떠나는 아들의 모습이 한편 대견스럽다 몇 해전 큰아들 입대하는 날 헤어지며 조용히 해주던 말 부모의 입장이 아닌 선배의 입장에서 오늘 작은아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서 보낸다 "남자라면 한 번은 해 볼만하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가족이 곁에 함께 있다고 생각하여라" 2002년 3월 12일 2005. 9. 22.
두 아들 / 장광규(張光圭) 올해는 말띠 해 한국에서 월드컵축구가 열린다고 떠들어대는 2002년 한 사람은 가족 곁을 떠나가고 한 사람은 가족 품으로 돌아온다 오는 3월 작은아들은 군복을 입게 되고 두 달 뒤인 5월엔 큰아들이 제대를 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큰아들이 생일날 군대에 가더니 작은아들도 생일날 입대를 한다 큰아들이 전방으로 가더니 작은아들도 전방으로 간단다 제대하는 사람은 홀가분하겠지만 입대하는 사람은 막막하리라 지원이 입대할 때 까마득하더니 지나고 보니 빠르구나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니 지성이의 제대 날짜도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올 거야 군대생활 전방이든 후방이든 근무 충실히 하여라 언제나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2002년 1월 26일 2005. 9. 22.
진급의 의미 / 장광규(張光圭) 작년 봄 모자를 꾹 눌러쓴 채 입 다물고 입대하던 큰아들아 이제 병장이 되었으니 군대생활의 어른이 된 셈이구나 모든 업무에 익숙해진 만큼 책임감도 무거워졌으리라 내년 여름이 올 때쯤 제대를 하게 될 텐데 학교에 복귀해 공부를 해야겠지만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길 일이 많다 건강을 관리하는 건 기본이며 이성친구와 진실하게 사귀는 일 운전면허 따는 일 그밖에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챙겨라 집에 있는 동안에 진급한 이번 휴가가 진로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지 다시 군인의 길로 가는 너 추워지는 계절 변함없이 항상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활이 되길 바란다 2001년 11월 6일 2005. 9. 22.
만남의 10월 / 장광규(張光圭) 기다렸던 10월 그 하순에 군복 입은 큰아들이 조용히 지내야 하는 곳에서 13일의 휴가를 얻어 떠들썩하게 지내는 서울에 왔다 GOP 그곳이 먼 곳인 줄 알았는데 가까운 곳에 있다 큰아들의 입안에 있다 그러나 입이 무거워진다 조용히 지내서인지 입이 조용하다 2001년 10월 25일 2005. 9. 22.
행운의 달 / 장광규(張光圭) 시월이 온다 시월이 되면 반가움으로 만날 사람 다정히 이야기할 사람 휴가를 얻어 집에 오는 군복 입은 큰아들 조용한 GOP 생활 너무 멀리 떨어진 느낌이며 너무 작아져 보이고 너무 말없이 지낸 것 같아 할 말도 많고 들을 말도 많이 있을 만남 작년에도 이맘때 휴가가 있었는데 시월은 행운의 달인가 보다 너는 휴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 군대생활이 한층 즐거울 것이고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어 우리는 여유로운 가을이다 2001년 9월 22일 2005. 9. 22.
작은아들 / 장광규(張光圭) 대학교 2학년인 작은아들은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 할 곳 군대에 가기 위해 신청을 하겠단다 정확한 입대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새해 상반기가 될 것 같단다 그렇게 하려면 다니고 있는 학교를 2학기부터 휴학하여야 한다고 하여 온 가족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는데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 문제도 있고 제대하고 공백 기간을 없애려면 휴학하는 게 나을 거라고 하고 공백기간이야 입대 전에 발생할 수도 있고 제대 후에도 발생할 수도 있지만 미리부터 휴학하는 건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안하니 한 학기라도 더 마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부모 뜻에 순응하기로 했다 올해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고 내년에 씩씩한 군인이 되어라 2001년 9월 12일 2005. 9. 22.
기다림 / 장광규(張光圭) 여름은 견디기 힘든 더위가 있고 짜증 나는 불쾌지수가 있고 장마가 찾아오고 태풍도 귀찮은 존재다 겨울은 눈이 쌓여 불편을 주기도 하고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있고 매서운 바람이 쌩쌩 몰아친다 네 친구 철희는 더위랑 추위랑 잘 견디며 충실히 군대생활 마치고 엄마 아빠 품으로 왔단다 큰아들아! 건강하여라 일 년 남은 제대 날짜 여름 고생 겨울 고생 끝나면 너도 집으로 오겠지 2001년 7월 30일 2005. 9. 22.
안부 / 장광규(張光圭) 이제는 자주 보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되리 고생하느냐 묻지 않아도 좋으리 군복을 입은 모습이 세련되어 보여 너의 마음이 야무져 보여 조금씩만 네 생각하련다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안심이 되기 때문이리라 말로 하는 안부가 없더라도 서로 서운해할 일 아니다 무심한 건 아니다 더운 날도 네 생각 추워져도 네 생각 좋은 일이 있어도 네 생각이다 큰아들아! 너도 알고 있지 바람 불면 바람에게 소식 전하고 비 오면 비에게 소식 전하는 것을 2001년 7월 12일 2005. 9. 22.
초병에게 / 장광규(張光圭) 복잡한 인파의 거리를 지나 조용한 비무장지대 GOP 초병의 눈은 그곳에 있다 요란한 소음 광장을 멀리하고 쉽게 변하는 유행의 골목을 벗어나 정신집중으로 귀 기울이며 어둠을 밝히는 젊음의 기운은 태양처럼 변함없이 이어진다 나라는 초병을 품에 안고 초병은 나라의 푸른 나무 우리는 네가 있어 평화로우니 큰아들 지원아! 너는 우리의 힘도 함께 가져라 2001년 7월 2일 2005.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