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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 장광규 이렇게 하면 靑心 장광규 네 잘못이다 내 잘못이다 따지며 다툴 일 아니라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참으면 간단하지요 앉아 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것이 더 편하다며 앉은자리 양보하면 함께 웃을 수 있어 좋지요 여럿이 만나 먹은 음식값 서로 눈치 보며 망설일 때 다른 데 덜 쓰고 내가 내고 나면 개운하지요 어렵고 힘든 일 모두가 뒤로 물러서며 미룰 때 쉬운 방법 찾아가며 책임지고 풀어가면 기분 좋지요 배부르게 먹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나눠 먹으면 건강도 좋고 마음도 넉넉해지고 이웃과의 사이도 좋아지지요 어두운 길 길 몰라 더듬거리며 가는 길 앞장서 물어보고 안내하면 갈 길이 잘 보여 시원하지요 2010. 9. 23.
추억으로 가는 길 / 장광규 추억으로 가는 길 靑心 장광규 마음속에 살고 있는 그리움을 찾아가고 싶을 땐 왔던 길 되돌아가면 되겠지요 그 길을 따라가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겠지요 흙먼지 날리는 길을 걸어가면 초가집도 나오겠지요 깨끗한 물이 솟아오르는 샘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서 마시면 시원하겠지요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정자나무와 쉼터가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늘에서 지친 몸 달래고 싶습니다 길을 쭉 가노라면 젊음을 만날 수 있겠지요 함께 뛰놀며 지낸 개구쟁이들 그때 그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겠지요 냇물엔 물고기 여유롭게 노닐고 삶의 이야기 두런두런 들리는 평화스러운 마을도 있겠지요 쓸데없는 욕심을 버린 근심 걱정 없는 편안한 얼굴들 때 묻지 않은 세상이 나오겠지요 길을 더 가면 보고픔과 궁금증이 풀리겠지요 좋은 느낌 포근한 감정이 .. 2010. 9. 23.
가을이 간다 / 장광규 가을이 간다 靑心 장광규 가을이 올 때쯤에는 설렘과 기다림이 있다 어느 날 산들바람이 찾아오고 온 세상 나뭇잎이 앞다퉈 아름답게 물들며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행복한 계절 좋은 시간은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법 가뭄에 냇물 증발하듯 가을은 슬그머니 사라지기 마련이다 신비스러운 단풍은 허무함에 비움을 더하여 대지에 떨어지며 덮이고 쌓인다 낙엽이 굴러다니고 사랑도 가고 마음도 떠나가며 차갑고 쓸쓸함이 스며들지만 떠나지 못하고 남는 것도 있다 가을은 고독한 계절이라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느낌이다 2010. 9. 23.
맑음이 좋다 / 장광규 맑음이 좋다 靑心 장광규 맑은 날이라 함은 하늘이 웃는 날이다 맑음은 하늘뿐만 아니라 구름이 없어야 하고 비도 오지 않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해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햇빛이 나는 날이면 맑은 날이라 부를 수 있다 하늘의 푸른 얼굴 환한 미소는 구름과 비와 해가 거들어 줄 때 비로소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구름이 덮이고 비가 내리고 태양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이거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의 기분도 어두워진다 2010. 9. 23.
임플란트 / 장광규 임플란트 靑心 장광규 입안에 돈잔치를 벌였다 오복 중에 하나인 치아 그 소중한 것이 사라진 곳에 큰 공사를 한다 돈은 작은 덩어리로 변하고 덩어리는 흔들림 없이 버티며 어렵고 힘든 일을 한다 어김없이 하루에 세 번 때로는 몇 번 더 입안에서 꿩 대신 닭이 되어야 한다 2010. 9. 23.
봄처럼 / 장광규 봄처럼 靑心 장광규 봄이 좋다 긴 침묵을 깨고 대지를 밀치고 나오는 새싹 나무껍질을 뚫는 새순을 보며 의욕과 힘을 얻는다 사람 만나기 꺼리며 방에서만 갇혀 지내다 한번 밖으로 나와 누군가를 만나고 난 후 반가움을 알게 되듯 행복을 되찾은 기분으로 웃으며 살고 싶다 봄을 잘 가꾸고 나서 뜨거운 여름을 기다리고 아름다운 가을에 취하고 싶고 눈 내리는 겨울도 만나고 싶다 돌아올 계절을 그려보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고 기쁨을 나누기도 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언제나 처음처럼 조금씩 작은 걸음으로 앞으로 향하는 마음으로 봄을 닮고 싶다 2010. 9. 23.
윤년 이듬해 / 장광규 윤년 이듬해 靑心 장광규 윤년 이듬해는 삼부자가 농사를 지어도 바쁘다는데 올해가 그렇다 작년에 한 달이 더 있었으니 해가 바뀌면서 곧 봄이 되는 것이다 농사철이 바로 다가오기에 준비기간이 짧아 논과 밭을 가꾸느라 바쁘고 세상 모든 일도 빠르게 전개되리라 지난겨울에 눈이 많이 왔으니 올여름엔 비도 많이 내릴 것이다 봄이 빨리 찾아오는 것도 비가 많이 오는 것도 막을 순 없지만 계절의 흐름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큰 변화나 상처가 없었으면 2010. 9. 23.
산촌에서 / 장광규 산촌에서 靑心 장광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팔랑개비를 들고 달리기도 하고 언덕에 올라 연을 날리기도 하고 도랑에서 가재를 잡으며 한 곳에서 뱅뱅 돌며 지냈던 곳 멀리 떠나 살며 어쩌다 찾아가네 무관심하게 여겼던 산과 들의 풀 가까이 다가가 손 내밀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처럼 보드라운 감촉으로 반기네 흙은 억센 듯 거친 듯 보여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귀여운 아기 피부만큼이나 곱고 매끄러운 감촉이네 아무렇게나 있는 듯한 돌멩이 굴러 다니며 인사하네 논과 밭은 커다란 화분이 되어 푸른 채소가 자라며 길게 넝쿨 뻗어나가고 땅속엔 알맹이도 자라고 올망졸망 열매도 달리네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아름답게 지저귀는 산새 소리 이따금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나무에서 열매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가까이서 들리는 .. 2010. 9. 23.
눈이 왔다 / 장광규 눈이 왔다 靑心 장광규 이천십 년 일월 사일 서울지방에 새벽부터 백설이 내렸다 이날 적설량 25.8cm를 보여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제일 많은 눈이 쏟아졌다 백삼 년 만에 내린 폭설은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차량을 멈춰 서게 하는 무서운 괴물로 변했다 며칠이 지나도 녹지 않고 도로에 버스가 지나가면 백사장의 모래같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린다 다니는 길 치우면서 군데군데 생긴 눈 무덤은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는 하얀 쓰레기 더미가 되었다 2010.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