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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오호100

내가 만난 사람들 / 장광규(張光圭) 처음 보는 사람도 정이 가는 사람도 있고, 오래 만나며 살아도 불편한 사람이 있다.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자주 보면서 지내야 하는 사이일 수도 있다. 사람이기에 그렇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람에 따라 좋은 감정일 수도 혹은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인상이 좋으면 그 기억이 오래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한 번 보고 곧바로 단정 짓는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함께 오래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볼 수 있어 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만남이지만 나에게 좋은 인연으로 다가온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잊을 수 없는 영원히 간직하고픈 사람들이다. 군대생활을 .. 2010. 8. 23.
다시 뜨는 해를 보며 / 장광규(張光圭) 방기곡경(旁岐曲逕)이다. 우리는 지금 큰길로 가지 않고 샛길이나 굽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비단길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눈과 귀와 입이 있으나 마나다. 나보다 남을 한 사람보다 열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내 생각만 옳다고 우기지 말고 남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제 분수를 알아야 한다. 퇴보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체 구렁텅이에서 허덕이지 말아야 한다. 진실을 말하고 실상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옹고집 부리지 말아야 한다. 남이 하려고 하는 일엔 훼방 놓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물불 가리지 않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하루 앞도 제대로 못 보면서 어찌 백 년을 말하려 하는가? 번화한 거리에 달빛이 내려와 연기를 은은하게 비치는 강구연월(康衢煙月)이면 좋겠다. 엄청나게 큰 것을 바라거나 행.. 2010. 1. 1.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 장광규(張光圭) 인동초여!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이천구 년 팔월 십팔일 십삼 시 사십삼 분 무더운 날 병실에서 서거하셨습니다 한없이 아쉬워하고 슬퍼합니다 작은 섬 하의도에서 태어나 몇 번의 죽을 고비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일어선 인동초 같은 삶 용공분자로 몰려 시달리기도 하고 전라도에서 태어난 게 죄가 아닌데 호남사람을 싸잡아 욕하는 소리를 알게 모르게 수없이 듣기도 했지만 존경받는 선생님으로 우뚝 선 인동초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IMF 외환위기 땐 금 모으기로 국력을 집중시키고 망국병이라 생각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노력했고 대통령이 되어 햇볕정책 북한 방문 등 남북 긴장완화를 위해 힘쓴 보람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동초 영원한 선생님 인동초 김대중 전 대통령 임의 뜻을 알고 있습니다 민.. 2009. 8. 19.
민심은 천심이다 / 장광규(張光圭) 두메산골 농촌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곳의 주택구조는 몸채와 사랑채가 기본이다. 몸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마당이 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기에 이사를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그렇게 살았는데 이곳 도시로 나오니 간직하고 있던 주택에 관한 생각들이 빗나가고 만다. 전세방을 몇 번 옮겨 다닌 후에야 겨우 내 집 마련을 했지만, 몸채에 사랑채에 마당이 있는 집은 꿈도 못 꾼다. 본인 이름으로 문패를 달 수 있는 집 한 채면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사를 하고 싶지 않아도 이주를 해야 할 서글픈 처지에 놓여 있다. 단독주택 단지에서 살고 있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곳이 몇 년 전에 뉴타운 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동네가 어수선해졌다. 개발을 원하는 찬성파와 개발을 원치 않는 반대파로 나뉘어 .. 2009. 8. 17.
남아있는 숙제 / 장광규(張光圭)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니까 아주 오래되었다. 담임선생님은 이야기해 주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학과 진도를 빨리 나간 다음 나머지 시간은 이야기 시간으로 채웠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꼭 칠판에다 우리나라 지도를 중국 그리고 러시아까지 그려놓았는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중에 '거짓말과 우산'이라는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거짓말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꼭 필요한 때에만 사용하라고 했다. 사람이 평생 동안 세 번 정도는 거짓말을 해야 할 운명에 처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점이다. 물론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하고 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좋은 토양이나 좋.. 2009. 8. 4.
오늘의 날씨 / 장광규(張光圭) 옛날 어느 산골에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가 있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눈이 내릴 것, 강풍이 불어올 것까지도 미리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일기예보(?)가 신기하게도 거의 다 들어맞았다. 소문이 서울에까지 알려져, 지금으로 말하면 기상청에 특채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근무하게 된 후로 예전의 그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엉뚱한 예보, 엉터리 예보만 수없이 해댔다. 고향에 있을 땐 무명으로 만든 옷을 입고 무명 허리띠를 사용했는데, 서울에 와서는 양복에 가죽 허리띠를 사용하며 생활하게 되었다. 문제는 의복에 있었다. 특히 허리띠에 비밀이 있었다. 들판에 나가 일하면서, 땀 흘리고 때로는 비도 맞으며 매고 다닌 허.. 2009. 7. 26.
서울 지하철 9호선 개통 / 장광규(張光圭)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오늘 개통했다. 개화역에서 신논현역을 오가는 9호선이 오전 7시부터 순조롭게 운행하고 있다. 지하철이 빠르고 편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익숙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불편하다. 처음 찾는 사람은 지상에 있는 것도 찾기 어려운 데 지하에 있으니 더 어렵지 않겠는가? 무엇이든 알고 나면 쉽지만 모를 때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비스의 질도 개선되고 승객들의 의식도 향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 분이 출입문 쪽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의자에 앉아있던 젊은 사람이 일어나더니 여기 앉으라고 자리를 권한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는 다음 정차역에서 내린다고 하며 양보한 자리에 앉기를 사양한다. 그런데 몇 정거장.. 2009. 7. 24.
어떤 만남 / 장광규(張光圭) 밥 대신 기름을 먹지요. 도로 위를 굴러 다니지요.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 사람들 곁에서 사랑을 받게 된지도 오래되었지요. 나는 갈색 피부를 가진 승용차입니다. 서울의 한 주택단지에서 살고 있지요. 여의도 국회의사당도 63 빌딩도 가까이 보이고 영등포 역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 집 아저씨가 왜 나를 택했는지 아세요? 우선 이름이 마음에 들고 너무 크지 않아 기름을 적게 먹으니까 나를 선택했다더군요. 그리고 아저씨가 아저씨의 이름으로 승용차를 구입한 것은 내가 처음이라는데 그럴만한 사연이 있더군요. 숨겨두었던 첫 번째 사연은 이렇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빈 달구지를 타고 놀다 낭떠러지로 굴렀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고 누군가가 업어서 집으로 옮겼다지요. 의식을 잃어 제대로 먹지도.. 2008. 11. 21.
어려운 질문, 캄캄한 앞날 / 장광규(張光圭)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한 70원 하나?' 정말 한심한 정치인이 있습니다. 서민들은 아니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교통비는 제일 잘 알고 있어 쉬운 질문입니다. 그런데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사람이 교통비도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당연히 잘 모를 겁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사람이 서민을 위해 무슨 일을 어떻게 얼마나 할지 앞이 캄캄합니다. 2008년 여름 2008. 6. 21.